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 시한으로 정한 15일을 하루 앞두고도 여야의 대치는 이어졌다. 13일 밤과 14일 계속된 물밑 협상에서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해 국회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예산 협상의 여전한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인하 없는 여야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초부자 감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삼성전자는 법인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27.5%의 법인세를 물고 있지만, 대만의 반도체제조업체 TSMC는 법인세 20%를 낸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를 좀 손대면 정부에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일부 예산을) 증액해 협의할 수 있겠지만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는 1%포인트도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우리가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지만 대통령이 법인세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린 상황에서 협치의 공간이 제약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단독 예산안 카드를 꺼내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이 끝내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을 져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할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수정한 예산안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문턱을 넘을 경우 정부는 야당이 짠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야당 단독 예산안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여부는 김 의장에게 달려 있다. 8일 민주당의 단독 예산안 상정을 거부했던 김 의장은 15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 단독 예산안을 피할 수 없다”는 기류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정안은 정부안에서 1조 8000억 원을 감액한 것이라 정부 사업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무리한 양보를 하느니 차라리 민주당 마음대로 (예산안을) 하게 해 그 후폭풍과 역풍도 다 민주당이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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