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 모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주호영,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향해 역정을 냈다. 전날(15일) 김 의장이 낸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이날도 예산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2일)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넘기고도 예산을 통과 못 시킨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양옆에 앉은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야 쟁점들을 검토해보니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며 “오늘(16일) 중에 큰 틀의 합의안을 발표하고 월요일(19일)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특별한 결단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수용한 것이지 예산안을 합의한 게 아니다”라며 “개별 협상이 아닌 전체 협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의장 중재안에 담긴 법인세 1%포인트 인하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외에도 지역사랑상품권을 포함한 ‘이재명표 예산’ 등 다른 쟁점들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
민주당은 “예산 처리 지연은 ‘배째라 준예산’ 겁박”이라며 여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 지연의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있다고 보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은 용산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하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의 만기친람으로 국회가 매번 재가 받듯 해서 되겠느냐. 집권여당이 이번만큼은 모든 결정 권한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협상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김 의장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안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포인트 인하로는 사실상 법인세 인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예산안의 빠른 합의 처리를 당부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적 대립 중에도 국민을 위한 합의 순간은 있어야 한다. 경제 비상등이 켜진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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