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19일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100%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의결하자 일부 당권주자와 비윤계 인사들은 ‘골목대장 뽑나’며 룰 개정의 정당성 부족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낮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당대표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민 앞에서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총선에 도움 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당원 투표 100%’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총선 승리에 도움 되지 않을 같아서 우려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이 좀 더 국민과 당원 앞에 당당하게 나섰으면 좋겠다”며 “이번에야 말로 대통령과 손발을 잘 맞춰서 총선에 승리하자는 중책을 맡은 당대표 선거”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당내에 강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제가 룰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저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며 “절박한 수도권 의원으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만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가 남아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윤계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與, 골대 옮겨 골 넣으면 정정당당한가’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비판의 뜻을 내비쳤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경선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허은아·김웅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비대위의 룰 개정이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대위에서 룰 개정이 논의된 시점부터 ‘유승민 죽이기’라고 반발해왔다.
허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비대위가 작전하듯 전대 룰을 변경했다”며 “룰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심과 민심이 같으면 좋지만 현재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4년 4월에 또 이럴 것이냐”며 “그때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읍소한들 한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오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을 버리고 권력에 영합한 오늘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며 “#승부조작_판치면_팬들은_떠나리”, “#유승민만은_절대_안돼를_길게도_얘기하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전대 룰 변경을 강행하는 윤핵관들에게 묻는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총선 승리에 관심이 있나 아니면 ‘나의 공천 사수’에만 관심이 있나”라고 직격했다.
그는 “상식과 명분을 상실한 채 누가 보아도 ‘특정 후보 죽이기’로 보이는 룰 변경을 강행하는 것을 보니 윤핵관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혹시 말로만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지만, 내심 당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수월하게 공천을 받아 일단 나만 뱃지를 달면 된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당헌 개정안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개정안을 비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해 상임전국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정 당헌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당원 선거인단 투표 비율을 현행 70%에서 100%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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