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폐기 기조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응답자 3만598명 중 87%(2만6592명)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유지해야 한다(6%)”와 “폐기보다는 수정·보완해야 한다(7%)”는 의견은 총 13%(4006명)로 집계됐습니다.
‘유수산’ 독자는 “현 건강보험법은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번 국민에게 가혹할 정도로 많은 보험료를 요구한다”며 “나라에서 다 해 준다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는 건강보험법은 악법으로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반면 ‘동래재활요양병원‘ 독자는 “서민들의 선택진료 부담, 비급여 부분 부담, 간병료 부담을 덜어주는 문재인 케어를 왜 포기해야 하느냐“며 폐기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문재인 케어 대수술 불가피’ 선언한 윤석열 정부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실직이고 두번째가 의료비”라며 문재인 케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MRI-초음파 등 건보 적용… ‘문재인 케어’ 30조원 투입’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70810/85760908/1)
그로부터 5년 후, 윤석열 대통령은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며 문재인 케어를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대수술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MRI와 초음파 검사 등 과잉진료 문제가 지적돼 온 항목에 대해 건보 기준 적용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의료쇼핑’ 대책도 마련됩니다. 1년에 365회 이상 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비율을 90%까지 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외래진료를 365회 이상 받은 환자가 2550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강화되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
현 행
개 편 안
두통 환자의 뇌·뇌혈관 MRI
신경학적 검사를 받기만 하면 적용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야 적용
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
제한 기준 없이 적용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
연 365회 이상 과잉 의료 이용자
본인 부담금 평균 20%
본인 부담금 90%
외국인 피부양자
입국 즉시 적용
입국 후 6개월 지나야 적용(배우자, 미성년자녀는 입국 즉시 적용)
● 국적, 세대 갈등 드러난 건보 보장성 문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요. 전국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방송사 21곳이 복지위 국정감사 첫날인 10월5일부터 12월20일까지 네이버에 송출한 기사 78개와 여기에 달린 댓글 580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메인 토픽인 1번 토픽에는 ‘재정’, ‘중국’ ,‘ 노인’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있습니다. ‘재정’은 건보 보장성을 높일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재원 문제를 걱정하는 댓글에서 주로 쓰였습니다.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osy0**** 엑스레이 찍어도 충분한 걸 MRI를 찍어서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국가는 최소한의 보장만 해주면 되는데 정권 유지를 위해서 선심정책을 남발해서 국가 재정을 도탄에 빠뜨렸다.
‘중국’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건보에 기여하기보다는 혜택만 많이 받아간다는 피해 의식을 보여주는 댓글에 등장합니다.
top8****중국인들이 문제인 케어로 의료 혜택 받는게 싫다. 몇 개월만 보험료 내면 의료혜택 받는게 말이 되냐? 중국 시진핑도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렇게 혜택 주나?
ghjk**** 외국인들 혜택이나 이중국적자나 걸러내시오. 한국 국적 취소 안하고 방학시즌에 와서 의료투어 많이들 하더만.
‘노인’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노인층이 윤 정부 때문에 건보 혜택을 덜 받게 됐다는 댓글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sos0**** 노인분들 병원 많이 가는데 혜택을 다 폐기하면? 윤석열 대선 투표 비중이 50대, 60대 이상이 높았는데 참나. 아이러니 하쥬?
● ‘장모’가 빈도수 상위 19위, 왜?
댓글에 사용된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 빈도수를 세어보니 ‘건강’, ‘나라’, ‘의료’ 등 사이에 ‘장모’가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장모’의 빈도수는 상위 19위에 올라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경기 파주시의 요양병원 개설, 운영에 관여해 요양급여비용 22억9000여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로 2020년 11월 기소됐다가 지난 12월16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죄 판결과 무관하게 이 사건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 보험료를 월 7만 원 낸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보험료 부실납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부정적 댓글의 논거가 되고 있습니다.
enfr****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60억자산가 건보료 7만원 부정수급😡이런 거 땜에 적자나는거다!
gofl**** ‘모럴 해저드’란 영어 쓰지 말고 ‘장모 편법술’ 때문이라고, 국어 , 국산 말로 건강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해 보게. 국가의 책무가 국민건강보험의 다양한 상황, 조건을 조절, 재조정하는 거라네, 그저 뒤집어 엎어버려서, 전 정권에 스트레스 푸는 것 아니네. 정말 유치해서 원!
포털 기사의 댓글은 원래 원색적인 것이 특징입니다만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는 더 원색적이고 독한 말들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독한 말들이 오고가게 된 데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 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12월13일 국무회의에서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을 파탄시켰다”고 말했죠.
건보 재정을 아껴 의료 사각지대나 중증 질환에 집중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엿보이지만 재정 적자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 해 여론을 분열시킨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을 보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하나하나가 무겁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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