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북부 상공까지 침투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것은 2017년 6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지난달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북한의 대남 도발이 한층 대범해지고 있다. 우리 군의 최전방 대응 태세를 떠보는 동시에 아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군사적 긴장 고조 책임을 물어 향후 고강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김포·파주 등 경기 일대 MDL ‘연쇄 침범’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부터 오후까지 총 5시간여 동안 북한 무인기 5대가 MDL을 잇달아 침범해 활동했다. 무인기들은 경기 김포·파주와 인천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고, 그중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 가장 먼저 포착된 무인기 1대는 김포 전방 한강하구 중립 수역 사이로 들어와서 서울 방향으로 직선으로 내려왔다가 3시간 이상 비행 후 북한으로 복귀했다.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에서 수십 분 간격으로 추가로 남하해 비행했는데 우리 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오후에 4대가 넘어온 다음에 (서울에 진입했던) 1대가 이북으로 올라갔다. 나머지 4대는 순차적으로 레이더에서 포착됐다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군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한 뒤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을 긴급 출동시켜서 대응 작전에 나섰다.
이날 군에 포착된 무인기는 2m 이하 소형 무인기였다. 이 중 북한으로 복귀한 1대는 글라이더 형태였다. 강화도 일대를 비행한 나머지 4대는 레이더로 포착돼 형태가 파악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식별할 수는 없지만 5대의 출발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들은 MDL을 지나 우리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상공까지 한참을 내려와 해당 지역에서 좌우 또는 유턴 형태로 비행하는 등 다양한 항적을 보였고 우리 탐지자산에서 관측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들은 2014년 서해 백령도 등에서 발견된 기종과 유사한 크기”라며 “일부는 (출동한 전투기 등에서) 육안으로 식별했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 등 정찰용 광학 장비의 장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 최전방 정찰 외에 폭탄 탑재 후 테러 가능성도
이날 수도권 일대를 헤집은 북한의 무인기는 주로 대남 정보 파악 및 감시·정찰을 위해 운용되지만 언제든 군사적 도발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무인기에 폭탄을 실어 국지 도발에 나서거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300∼400대에서 많게는 1000대 정도로 무인기 전력을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이 2014년 남측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비행시험을 한 결과 3∼4kg의 폭탄도 장착할 수 없고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겨우 달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8년이나 흐른 만큼 성능이 개량됐을 수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최우선적으로 우리 군의 최전방 대비 태세를 염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하에서 MDL 인근 우리 군의 주요 부대와 전력의 배치 운용 실태를 정탐하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2017년처럼 우리 군의 감시망을 따돌려 무인기를 남쪽으로 침투시킨 뒤 F-35A 스텔스전투기와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 등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이 배치된 이남 지역까지 내려보내 항공 정찰을 시도하려 했을 개연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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