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5대 5년만에 南영공 침범
1대는 서울까지… 3시간뒤 돌아가
軍, 전투기 등 투입에도 격추 실패
공군기 1대 대응출격 나섰다 추락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남하했다. 그중 1대는 서울 상공까지 헤집고 다닌 뒤 3시간여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 일부 무인기는 마을과 민간인이 있는 지역까지 내려왔다. 군은 전투기 등 대응 전력을 투입해 100여 발의 사격을 퍼붓는 등 격추 작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우리 공군의 경공격기(KA-1) 1대가 추락했다.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이륙도 48분 동안 중단됐다.
앞서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가능한 대출력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북한은 이틀 뒤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시험발사에 이어 또 닷새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는 등 ‘연말 무더기 도발’에 나섰다. 이번엔 서울 시민 머리 위로 무인기까지 날리는 등 무력시위 스펙트럼을 확 넓혀 새해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10시 25분경 경기 일대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 남하하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포착됐다. 북한 무인기가 남측에서 발견된 건 201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17년 발견된 무인기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까지 공중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날 오전 남하한 북한 무인기 1대는 서울 북부 지역까지 내려왔다. 나머지 4대는 파주 및 강화 등에서 우리 군 주위를 분산시키기 위한 교란 활동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전투기, 공격헬기, 경공격기 등을 동원해 헬기의 20mm 포로 100여 발을 퍼붓는 등 격추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서울로 온) 1대는 이북으로 올라갔고, 나머지 무인기들은 사라져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서울까지 남하한 무인기는 우리 군 조종사 육안으로 식별됐고, 날개 전장 기준 2m급으로 글라이더 형태였다고 군은 전했다.
이날 북한 무인기를 겨냥한 아군의 대응 작전 지원을 위해 강원 원주 기지에서 출격했던 KA-1 1대는 활주로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다.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에 성공했지만 사고기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군은 이날 오후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행위에 상응한 조치를 취했다. 유·무인 정찰기를 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맞대응한 것. 합참은 “북한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며 “앞으로도 우리 군은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5시간가량 작전에 나섰지만 격추에 실패하면서 방공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도권 일대 일부 주민들은 무인기 침범 소식이 전해진 데다 우리 군 사격 소리까지 들려 불안에 떨기도 했다. 해양경찰은 이날 오후 인천 앞바다에서 어선 및 여객선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각각 오후 1시 8분, 1시 22분부터 항공기 이륙이 중단된 뒤 오후 2시 10분에 일괄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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