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에 이어 국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에도 칼을 뽑아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의 재정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몇 년 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 관리는 미흡했고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간단체가)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혈세를 쓰는 것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세금이 제대로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인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그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 “방만하고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비하고,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한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지시하면서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활용해왔던 관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체는 이를 통해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하며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게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어지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 의혹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28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뤄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원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정부 시절 전 부처에서 시민단체, 재단, 기념사업회 등 비영리단체에 지급된 국가보조금은 매년 1조 원에 이를 만큼 크게 늘었고, 보조금 부정 취득 및 회계 부정 등의 사례도 다수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예산에 대해선 “새 정부의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법안이 수정된 것에 대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들인데 왜곡이 되고 예산이 너무 많이 축소돼 참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하라”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 길들이기”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동주 원내민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에 근거해 예산 지원을 받고 목적에 따라 보조금을 집행한 뒤 정산 보고를 하는 현행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와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단체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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