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도발]
재래식 도발로 南 방공망 허점 찔러 “고비용 미사일 부담됐을 것” 분석도
北, 무인기 도발한 26일 당 전원회의… 김정은 “더 격앙된 투쟁전략 세우라”
북한은 무인기를 침투시켜 서울까지 헤집고 다닌 다음 날인 27일, 이 도발과 관련해 침묵했다. 그 대신 무인기를 날린 26일 개막한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식을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의를 주재하며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이번 무인기 무력시위는 그동안 미사일 시험발사에 집중한 도발의 스펙트럼을 넓혀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 후 도발을 집중한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 도발에 그치지 않고 연말연초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일 김여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과 관련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밝히는 등 한미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 무인기 날려 도발 스펙트럼 넓힌 北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소규모 저비용으로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태세를 시험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첨단 전력의 열세를 재래식 도발로 비틀어 한국의 허점을 건드린 것. 정부 소식통은 “2017년 우리 군은 추락한 소형 무인기를 뒤늦게 탐지했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5년 뒤 우리 군이 그와 비슷한 무인기를 탐지는 했지만 격추를 못 할 경우 또 얻게 될 혼란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9월 25일부터 북한은 신형 ICBM,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상당한 고비용 구조로 도발을 시도했다”면서 “계속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무인기로 찔러본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남한을 괴롭힐 만한 효과적인 방법을 또 하나 찾아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도 “북한은 1년 내내 핵 사용을 전제로 한 다양한 협박을 해왔지만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무인기 도발은 (ICBM처럼) 군사적 우월성을 보여주진 못해도 남한을 언제든 괴롭힐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한반도 긴장 국면을 조성해 존재감을 거듭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을 자극해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게 1차적 목표라는 설명이다. 우리 군 대응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도발이 지난해 1월 북한이 제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한 과정이란 해석도 있다.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가운데 정찰위성자산 개발을 공언한 만큼 이를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무인기를 띄웠다는 것이다.
○ 김정은 “확신성 있는 투쟁 전략 세워야”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전날 개최된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향후 논의될 전원회의의 5가지 의정까지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가 계속된다고도 했다.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곤란 속에서 모든 것을 인내하며 실제적 전진을 이룩한 사실을 소중한 바탕으로 하여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을 세우자”고 밝혔다.
북한은 통상 전원회의가 종료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이 군사·국방, 대외 정책, 경제와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공개해왔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의 연설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집중 도발을 이어간 김 위원장이 강경한 대남(對南)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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