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도발]
전방 움직임 주시하고도 격추 실패
서울침투 무인기, MDL인근 착륙 확인
尹 “드론부대 설치 최대한 앞당길 것”
북한의 무인기 활동이 이달 초부터 동·서 최전방 지역에서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를 포착해 활동을 예의 주시했지만 26일 서울 상공을 헤집고 다닌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실패했다.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서 낙하산을 펴고 착륙하는 상황만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27일 “(북한 무인기를) 탐지·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서울 진입을 목표로 치밀한 사전 계획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군의 대응태세 전반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이달 초부터 전방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지하고 도발 징후를 주시했다. 무인기 중 일부는 MDL 비행금지구역 부근까지 수시로 접근했고, 이에 우리 군이 감시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최근 전방부대를 찾아 무인기 도발 위협에 따른 대비태세 강화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MDL을 넘어 남하했을 때 군은 대응 작전에 실패했다. 그중 1대는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이어지는 서울 북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는 등 1시간가량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녔다. 서울 상공을 빠져나간 무인기는 MDL을 넘은 직후 경기 파주 이북의 산악지역에 착륙했다. 군은 지상 발진기지·부대 소속 북한군들이 무인기를 수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강화군 지역에선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의 항적이 또 포착됐다고 판단한 군이 전투기 등을 대거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 항적은 무인기가 아닌 새 떼의 것으로 판명됐다.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드론 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北무인기 놓친 軍, 새떼에 놀라 전투기 출격… 시민들 또 화들짝
인천시는 재난문자 발송 소동 北무인기 서울 하늘 휘저을때 탐지력 모자라 대공포 사격 못해 軍 “용산 상공 항적 포착되지 않아”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남하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군이 27일 새 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 등을 출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아군 군용기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하고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실패에 이어 군이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전투기·헬기 등 출동했지만 새 떼로 판명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후 1시경 강화군 지역에서 레이더로 미상 항적을 포착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일 수 있다고 보고 오후 4시까지 F-15, KF-16 전투기와 아파치 및 코브라 공격헬기, KA-1 경공격기 등 각종 타격자산을 투입해 대응 작전을 펼쳤다.
전날(26일) 북한 무인기 침투 대응 때처럼 20여 대의 군용기가 투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군 조종사가 현장에서 육안으로 새 떼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 등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는 날개폭이 2m급으로 레이더에 몸집이 큰 조류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과거에도 기러기 같은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가 출격한 사례가 있었다.
인천시는 오후 2시 57분경 강화군 주민들에게 “석모도 지역에서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고, 강화군도 같은 시간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방송을 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아군 군용기를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수정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화군 주민 이모 씨는 “북한 무인기가 또 내려왔나 싶어 불안했는데 오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며 “북한 도발이 아니라 안심이 되면서도 뭘 보고 무인기로 판단하고 재난문자까지 보냈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 지상 대공포 탐지 못 해 한 발도 못 쏴
북한 무인기가 26일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녔지만 초기 대응을 담당하는 지상 대공포는 자체 탐지 능력이 미흡해 한 발도 조준사격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들이 지상 대공무기들의 유효 사거리와 탐지 범위를 벗어났고, 벌컨포의 경우 육안으로 식별해야 사격이 가능한데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2m급의 작은 몸집에 시속 100km로 요리조리 항로를 바꾸는 북한 무인기를 전투기, 헬기 등 공중 전력으로만 뒤쫓다가 격추에 실패한 것이다.
군에 따르면 서울로 진입했다가 되돌아간 북한 무인기는 서울 상공 약 3km 고도에서 1시간가량을 비행했다.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이어지는 서울 북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횡단한 뒤 북상했다고 한다. 군 당국자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상공에선 항적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이 이날 취재진에 아군 항공기가 촬영한 무인기 사진을 공개했다. 2017년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글라이더 형태에 하늘색으로 도색해 공중에서 식별이 힘들게 만든 외형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실시간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원격 조종 기능은 없고, 사전에 입력한 좌표대로 비행하는 형태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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