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오후에 걸쳐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상황과 그에 따른 군 당국의 세부 대응 조치가 공개됐다. 합동참모본부가 28일 국회 긴급현안보고를 앞두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통해서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가 우리 군에 최초 포착된 건 26일 오전 10시25분쯤이다. 당시 육군 제1군단이 운용하는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경기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북쪽 상공에서 비행해오는 미상항적 1개가 포착됐고,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즉시 상황평가회의를 열어 이 물체가 북한 무인기 형태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북한 무인기는 이후 한강 하구 중립수역 상공을 거쳐 김포 애기봉과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 사이를 지나 서울을 향해 직선 방향으로 날아왔다. 우리 군은 이 무인기가 고도 3㎞에서 시속 100㎞의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무인기는 우리 영공에서 3시간가량 비행했다. 특히 이 가운데 1시간가량은 서울 상공에 머머무르면서 은평·성북·강북구 등 서울 북부 지역의 주택가 및 도심 상공을 동서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공군 KA-1 경공격기를 띄워 이 무인기가 MDL를 다시 넘어 북한으로 돌아갈 때까지 추적했다. 그러나 주변 민간인 지역 피해 등을 우려해 사격을 가하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후 1시57분쯤엔 또 다른 북한 무인기 4대가 MDL을 넘어온 게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에 식별됐다. 이들 무인기는 인천 강화 상공 등지를 비행하다 우리 군의 탐지 범위를 벗어났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이번 영공 침범 직후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하고, 현장 부대의 감시형태·경계태세·화력대기태세·방공무기태세도 강화했다.
특히 공작사에선 육안 감시를 강화토록 하는 내용의 북한 무인기 대비태세 ‘두루미’를 발령하고 적성(敵性) 선포를 했다. ‘적성 선포’란 적군이 도발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대응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우리 군은 ‘아파치’ ‘코브라’ ‘500MD’ ‘수리온’ 등 우리 육군 헬기와 F-15K·16·5 및 KA-1 등 공군기를 동원해 북한 무인기 탐지·추적·차단에 나섰다. 이때 북한 무인기 대응 위해 투입된 우리 군 전력은 총 20여대였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해병대 제2사단과 육군 제9사단은 경계소초에선 남하하는 무인기를 향해 각각 경고방송 6차례에 이어 경고사격 5차례를 실시했다. 북한 무인기 조종 인력이 우리 측의 무인기 발견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 조치였다.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 투입된 우리 육군 코브라 헬기는 인천 강화군 주문도 남서방향 상공에서 우리 군의 열 영상장비(TOD)에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탐지되자 자폭소이탄 100발을 쐈다. 소이탄은 착탄해 화재를 일으키거나 화염을 이용해 장비를 파괴하는데 주로 쓰이는 탄약이다.
그러나 당시 헬기 사격은 무인기를 육안으로 식별 및 조준한 경우가 아니어서 격추엔 실패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 군은 이후 북한 무인기의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대 해안 등을 수색했으나 잔해를 찾진 못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 뒤 그에 상응하는 대응 차원에서 무인정찰기 ‘송골매’ 2대 등 감시·정찰(ISR) 자산을 MDL 및 북방한계선(NLL) 너머 북한 지역으로 보냈다. 이들 정찰자자산은 북한 군사시설 등을 항공 촬영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승겸 합동참모의장과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차례 공조 회의를 했고, 한미 군 당국의 부장급 인사도 5차례에 걸쳐 공조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우리 군은 총 5시간여에 걸쳐 대응작전을 폈지만, 북한 무인기 5대를 모두 놓치고 격추에도 실패했다.
김 의장은 이번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7일 긴급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을 점검했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오는 29일 관련 부대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합참은 이번 점검을 통해선 북한 무인기 대응현장 제한사항과 보완점을 찾아내고 작전조치 중 문제점도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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