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비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과 혜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전날(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요건으로 무기명 투표로 진행한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지난 2018년 5월 염동열·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21대 국회에서 제출된 이상직(무소속)·정정순(민주당)·정찬민(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제출 때마다 ‘방탄국회’ 논란
헌법 제44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만들어졌다. 과거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뇌물수수나 횡령·배임 등 개인 범죄를 저지른 의원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1948년 이후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65건 중 가결은 16건, 부결은 16건이고, 나머지는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방탄 국회’를 둘러싼 논란은 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때마다 반복돼 왔다. 국회에서도 매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즉시 의결하고 기명 투표로 표결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도 지난 5월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을 본회의 보고 72시간 이내에서 48시간 이내로 단축하고 기한을 넘기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나서면서 불체포특권을 손질하기도 했다. 국회법을 개정해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후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되는 규정을 없애고,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은 경우 그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했다.
국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를 넘은 체포동의안은 1건도 없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 5건 중 2건은 부결됐고 3건은 회기 내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아 폐기됐다.
◇김의겸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등 면책특권도 지적
국회의원 면책특권 역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역시도 권력의 탄압에서 의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믿고 정확하지 않은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청담동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는 거짓말이라고 진술했고, 김 의원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20억원 지원설’을 제기하자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6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당시에도 불체포특권과 함께 면책특권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야당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주장 등으로 인해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직원 9명 등 각종 혜택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뿐 아니라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과 보좌직원 9명, 45평 사무실 등을 제공받고, 해외 순방 시 공항 귀빈실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삭감하는 등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관련 법안도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적은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국회의원을 하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진짜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지 국회의원이 되니까 편해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책특권은 독재정권 시절 국회의원이 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하지만 불체포특권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며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의혹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국회 보좌진들도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두고 ‘보좌진 풀제’로 운영해야 직업적 안정성과 전문성이 높아진다”며 “외유성 출장도 출장허가원을 제출하고 출장 결과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서 국회사무처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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