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부터 청와대 행정관까지 수십여명이 운집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여분간 웃으며 악수를 나누다 사면 입장을 발표하고 자택으로 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서 자택에 도착하기 약 30분 전부터 자택 앞 골목길은 북적였다. 이명박 정부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 취재진과 유튜버가 200여명 가까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금속탐지기 검색을 했다.
친이계의 상징적 인물인 이재오 전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류우익·임태희·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정병국·맹형규·윤증현·김성환·변도윤·김금래 전 장관, 최금락·김두우·박인주 전 수석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 고위 인사들이 다수 자리를 지켰다.
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요 직위를 맡았던 권성동·조해진·류성걸·윤한홍·박정하 의원 등 옛 ‘친이계’가 마중나왔다. 논현동이 지역구인 태영호 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퇴원해 소망교회를 들러 1시55분께 논현동 자택 골목길 앞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짙은 회색 코트에 흰 셔츠, 속에 흰 폴라 내의를 받쳐 입고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인파와 악수를 나눴다. 밝은 표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인사까지 약 200여명이 모인 지지자들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오셔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등 환영 피켓을 들고 “이명박”을 연호했다. 권성동 의원이 골목길 입구로 올라가 이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인사를 대강 마친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정문 앞에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냈다. 자신의 혐의 관련 언급이나 정치행보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지난 5년 동안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 층들이 절 성원해주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는데, 이날 현장에 모인 인파는 주로 60~70대로 보이는 고령층이었다. 자택 정문 앞에는 백발이 성성한 인사들이 주로 자리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방한용 털모자를 썼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A씨에 따르면, 이날 인파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과거 정부 관계자들에게 개별적 연락을 보내 모인 것이라고 한다. 지지자들은 이 과정에서 소식이 전해져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 들어가자 옛 친이계 의원들과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뒤따라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 자택 측은 나머지 현장 인파도 순차적으로 들여보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여건상 권성동 의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전 대통령실장) 등 주요 인사들과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B씨는 “들어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친이계가 다시 뭉치는 것인가’ 질문에 “친이·친박 개념은 이미 사라졌다”며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고, 과거의 정치적 인연이 있던 분들이 인간적 관계와 정리를 유지 발전시키는 개념이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4일 대구 달성군 자택으로 들어갈 때는 경찰 추산 5000여명이 모이고 소주병이 날아오는 등 격렬한 상황이 전개됐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귀갓길은 비교적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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