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소동 끝…軍,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2~4단 연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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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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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30일 서울과 인천, 경기, 충남,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 장면이 포착됐다. 2022.12.30/ 독자 제공
작년 12월30일 서울과 인천, 경기, 충남,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 장면이 포착됐다. 2022.12.30/ 독자 제공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주 진행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2차 시험발사에서 올 3월 1차 시험 때보다 더 세부적인 추진기관 연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당국은 이번 시험에 따른 ‘황혼 현상’ 등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한 데 대해선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ADD는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 소재 종합시험장 인근 해상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성능 검증을 위한 2번째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번 시험은 작년 3월30일 첫 시험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ADD는 이번 시험을 통해 우주발사체의 필수 기술인 △고체 추진기관별 연소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기술 △탑재체(더미 위성) 분리 등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ADD가 개발 중인 우주 발사체는 1~3단 고체연료 추진체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상단부(4단), 그리고 탑재체로 구성된다.

ADD 관계자는 “3월엔 2단 추진기관만 연소했으나 이번엔 2~4단 기관을 모두 점화해 연소해봤다”며 “모든 시험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실제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려면 1단 추진체를 붙여야 한다”며 “1단은 현재 설계 완성 단계에 있다. 향후 일정에 따라 몇 차례 연소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ADD는 고체 우주발사체의 1단 엔진을 노즐(화염 분사구)이 1개인 형태로 만들고 있다. 보조엔진 없이도 추력 방향을 제어하는 ‘스러스트 벡터 컨트롤’(TVC)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ADD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추가 검증을 마치면 실제 위성을 탑재해 시험발사할 예정이다. 현재는 2025년까지 500㎏ 무게의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고도 500㎞ 저궤도에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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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추진 발사체는 액체추진 방식과 비교했을 때 연료 탑재 후 장기간 거치가 보관이 가능한 데다 이동·취급도 용이하다. 구조도 간단해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번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2차 비행시험 성공은 우리 군의 독자적 우주전력 건설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제7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 부여했다.

국방부는 “고체 추진기괸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년 뒤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확보해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현재 중·대형급 고해상도 정찰위성 5기를 2024년까지 도입하는 내용의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추후 초소형 정찰위성 32기를 고도 수백㎞ 상공에 띄운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 군이 이들 사업을 통해 다수의 정찰위성을 운용하게 되면 북한 전역을 거의 실시간으로 촘촘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등 공격 징후를 미리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능력도 대폭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위성 발사용 로켓에 위성체 대신 탄두를 탑재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도 기술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진다. 물론 ICBM 완성에 이르기 위해선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란 또 하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국방부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연구를 통해 확보된 기술이 추후 민간에 이전되면 다양한 우주발사 서비스 제공 등 우주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ADD의 이번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2차 발사는 사전 예고 없이 야간에 진행돼 전국 각지에서 ‘미확인 비행체’ 목격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특히 배기가스가 무지개와 같이 다양한 색으로 보이는 ‘황혼 현상’과 함께 회오리처럼 올라가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

‘황혼 현상’이란 일몰·일출 시간대에 지상에서 로켓을 쐈을 때 성층권 이상에선 아직 햇빛이 비치고 있어 배기가스에 반사된 햇빛이 다양한 색상으로 관측되는 현상을 말한다. 배기가스가 일직선이 아닌 회오리 모양으로 보인 건 로켓이 올라가는 고도마다 바람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비행경로에 있는 해상구역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민들 조업 지장을 최소화하고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오후 6시에 시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규모의 발사체를 야간에 쏜 건 사실상 처음이다. 어떻게 보일지 일정 수준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크게 보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2월30일 서울과 인천, 경기, 충남,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 장면이 포착됐다. 2022.12.30/ 독자 제공
12월30일 서울과 인천, 경기, 충남,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 장면이 포착됐다. 2022.12.30/ 독자 제공
당초 이번 시험은 12월 넷째주 중 낮 시간대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낮 시간에 발사체 낙하 예상 수역에서 조업하는 어민 등의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시험 시간대가 오후로 결정됐다. ADD는 이후 시험 일정을 지난달 26~29일로 변경했다가 파도와 고공풍 상황 등을 고려해 30일로 다시 바꿨다.

이번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계획은 보안상 이유로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안보 관련 부서 내에서도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공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험 전날 대전 소재 ADD 방문 당시 관계자들로부터 시험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다고 한다.

군 당국은 앞으로 이번과 유사한 시험을 할 경우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필요시 발사 사실을 국민들게 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시험은 마지막 순간에 최종 결정되는 데다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고지하진 않을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야 할 시험들이 많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하나하나 공지하는 건 제한된다”면서도 “이번에 국민들이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단 건 철저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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