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우리 군은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대공경계태세인 ‘고슴도치’도 발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육군 제1군단이 운용하는 국지방공레이더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25분쯤 경기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북쪽 상공에서 우리 측을 향해 비행해오는 미상항적 1개를 포착됐다.
이에 군은 즉시 상황평가회의를 열어 이 물체가 북한 무인기 형태인 것으로 판단,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했다. 동시에 군 당국은 당일 육안 등을 통해 대공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두루미’를 발령하고 적성(敵性) 선포를 했다. ‘적성 선포’란 도발 의사가 있는 상대를 적군으로 규정하고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우리 군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고슴도치’도 발령했다. 고슴도치는 각종 대공무기를 활성화해 대공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대응은 절차적으로 진행됐다”며 “적성 선포도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 무인기를 포착하면 쏠 준비가 모두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당일 MDL을 넘어온 북한 무인기를 포착한 우리 군은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방송·사격 등 조치도 취했다.
그러나 전투기·헬기 등 우리 공중 전력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대공무기 등 우리 지상 전력의 북한 무인기 무력화 시도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비호 복합’ 등 우리 군의 지상 대공무기에 탑재된 장비들엔 북한 무인기가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 영공에 날려보낸 날개 전장 2m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전파 반사 단면적이 좁은데다 저고도로 날기 때문에 고성능 레이더가 아닌 이상 포착하기가 어렵다.
또 벌컨포 등 탐지장비가 탑재돼 있지 않은 대공무기에선 북한 무인기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거나 식별되더라도 유효 사거리(2㎞) 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사격이 무의미해진다.
사건 발생 당일 이날 서울 북부지역까지 날아온 북한 무인기는 고도 3㎞에서 시속 100㎞의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돼 우리 군 벌컨포의 사격을 피하고자 비행 고도 등을 의도적으로 조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군은 당시 MDL을 연거푸 넘어온 북한 무인기 5대를 공중 전력을 동원해 추적했지만 단 1대도 격추하거나 포획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각각 국회 답변과 브리핑을 통해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당시 현장 대응에 참가한 부대를 상대로 작전 조치 사항 중 미흡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점검 대상은 대응 작전을 지휘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를 비롯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내 비행지역인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파주, 서울 북부 등지의 방공부대 및 지휘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당초 이번 점검을 지난달 30일까지로 예정하고 있었으나, 최근 연장 결정을 내렸다. 군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점검) 기간이 바뀐다”며 “(현재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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