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회피하니 당내서 말나와
‘체포동의안 결과 따를것’ 했어야”
당내 ‘방탄정당 탈피’ 목소리 커져
문희상 “단일대오 주장은 독재”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 (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히 말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 하나.”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은 2일 오후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꾸 회피를 하니 오히려 당내에서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 대응을 당과 분리해서 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 목소리를 낸 것.
○ 친명 핵심 “李, 의연함 부족”
A 의원은 “이 대표가 조금 부족한 게 의연함과 당당함”이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A 의원은 친명 그룹 중에서도 지난 대선 전부터 이 대표와 함께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 대표가 먼저 ‘(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이니, 의원들은 민생에만 집중해 달라’고 말하면 당이 알아서 함께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의 대응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이어지는 1차적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것.
친명계 내에서조차 이 같은 우려가 나온 배경에는 차기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방탄 정당’이란 프레임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각종 현안과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고 있고 이슈 주도권을 번번이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A 의원은 “당장 1월 임시국회 소집 문제를 놓고도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라며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결과에 따르겠다. 수사엔 언제든 응하겠다’고 의연하게 했어야 한다”고 했다.
○ 문희상 “일사불란 체제는 독재”
야권 원로들도 당의 분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평소 굴을 세 개 파놓는다)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의 대응을 전략적으로 분리해 총선을 치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문 전 의장은 당내에서 ‘단일 대오’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당내에서 서로 생각이 다른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모두) 같은 건 독재”라고 일축했다.
천정배 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검찰권을 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수사나 소추가 예상돼 최대한 억울함을 풀고 방어해야겠지만, 이와 별개로 야당 지도자로서 더 많은 책임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며 “사법 리스크로 인해 야당의 역할이 실종돼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개최한 신년 인사회에 불참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문 전 의장은 “대통령의 상징성, 국가 첫날을 시작하는 큰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원론”이라며 “안 간 것을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르면 이번 주말 검찰 출석과 신년 기자회견 일정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0∼1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통보받은 상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 출석을 더 늦출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며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분리 대응 등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히면서 사법 리스크 우려를 불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