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논의 중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3일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바람직한 개혁 방안을 보고받았다. 자문위는 이날 연금특위에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만 65세보다 더 미루고,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도 늘릴 것을 제안했다. 결국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 “늦게까지 내고, 늦게부터 받게”
국민연금 제도가 출범한 1988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70세였다. 당시 수급개시연령은 만 60세여서 가입자 1명이 평균 10년 동안 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35년이 지난 현재 기대수명은 83.6세(2021년 기준)로 13세 이상 늘었지만, 수급개시연령은 고작 5세 높아지는 데 그쳤다. 가입자 1명이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제도 출범 당시에 비해 8년 이상 늘면서 재정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자문위가 ‘수급개시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 건 이 때문이다. 3월 발표될 5차 재정 추계에서는 4차 추계 때(2057년)보다 연금 고갈 시기가 1, 2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8일 연금특위가 개최한 포럼에서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개시연령을 점진적으로 만 68세까지 올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을 2059년으로 2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자문위는 보험료를 그만 내는 시점인 만 59세(의무가입연령)를 수급개시연령과 일치시키자고 제안했다. 현 제도에선 만 60∼64세는 연금을 ‘내지도, 받지도 않는’ 공백 상태인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계속 보험료를 붓도록 하자는 것이다. 보험료 납부기간을 늘리자는 의미다.
자문위는 은퇴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도 함께 연장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급개시연령을 만 68세까지 높이되, 고령자의 재취업을 위한 지원제도를 늘리는 한편 실업부조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 내고 더 받게…“개혁효과 반감” 지적도
이날 자문위는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적정 보험료율을 확보하고, 노후소득보장성 제고를 위한 적정 연금지급률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되, 40% 수준인 소득대체율(받는 돈)도 같이 올리자는 것이다. 연금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월평균 (국민연금 지급액) 58만 원으로는 노후 보장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론 연금개혁의 최대 과제인 재정 안정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57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높이자는 것이지만, 소득대체율을 함께 높여 ‘지출’이 많아지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표심’에 민감한 의원들이 인기를 얻기 힘든 보험료율 인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날 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강조했고, 여당 역시 보험료 인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안 없이 ‘더 내고 더 받자’는 말은 무책임하다. 노후 보장성 확대는 저소득층을 위주로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특위는 이날 자문위가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개혁안 초안을 만들고, 4월 말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10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정부안’에도 국회안의 주요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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