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1대가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에 들어왔다 나갔던 것으로 군 당국이 5일 공식 확인했다.
군은 그간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결국 판단을 뒤집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실시 중인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및 관련 기록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 같은 판단 번복에 따른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서울에 진입한 적(북한)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군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북한 무인기가 지나간 곳은) 용산 집무실 안전을 위한 거리 밖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의 다른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 무인기가 영공 침범 당시 ‘P-73’에 “일부 들어왔지만” 스치듯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P-73’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및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반경 약 3.7㎞(2해리) 상공에 각각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을 뜻한다.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무인기는 P-73 진입해 당시 종로구 상공까지 날아오긴 했지만, 서울역이나 서울시청 상공까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P-73 내 700m까지 들어왔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용산(상공)이 뚫린 게 아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P-73에 진입했던 북한 무인기에 카메라 등 장비가 탑재돼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해당 북한 무인기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고 고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하진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촬영했다고 해도 ‘정보’로서 가치가 크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보유한 무인기가 원격조종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입력한 좌표에 따라 비행하는 방식이란 군의 평가와도 관련이 있다.
다만 군 당국은 해당 북한 무인기의 구체적 항적에 대해선 우리 탐자자산 노출 우려 등 군사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이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군은 전투기·헬기 등 공중전력 20여대를 투입해 총 5시간여에 걸쳐 작전을 펼쳤음에도 북한 무인기를 단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해 ‘작전 실패’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군 당국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한 무인기의 비행 궤적을 보니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했을 확률이 크다”고 주장하자,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상황에 대한 예하부대의 초기 보고 자료엔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없었다”며 “그러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해당 자료에서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던 항적 몇 개를 하나씩 면밀히 살펴보니 ‘이게 (북한 무인기) 항적일 수도 있겠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뒤늦게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당시엔 ‘작전요원’이 최초 확인한 사실에 입각해 (북한 무인기가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실의 종합적인 조사과정에서 정밀분석한 결과를 (오늘) 설명한 것”이라며 “이 2가지의 차이 때문에 언론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작전요원’이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비행해온 경로에 있던 육군 제1군단과 수도방위사령부의 레이더 감시 관련 인원들이라고 한다.
군 당국은 이 같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정황을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당시 현장 대응 작전에 참여한 부대 등을 상대로 작전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열실에선 ‘북한 무인기가 P-73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초기 판단과 관련해 군 관계자들의 책임 소재도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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