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관계발전법 상의 ‘금지 행위’를 재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따라 9·19 합의의 효력 정지가 이뤄질 경우, 24조에 명시된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실에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남북 합의의 효력 정지는 남북관계발전법 23조 2항에 명시된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라는 조항에 따라 가능하다.
특히 9·19 군사합의의 경우 국회의 비준 동의를 얻은 것으로 이 법의 적용이 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남북관계발전법 24조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등이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때문에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시 합의문에 명시된 ‘금지 행위’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다만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임을 강조하며 “아직 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는 군이 담당하는 것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정보 유입’ 및 선전전 등 심리전을 위해 진행한 것으로 대규모 스피커를 설치해 북측으로 뉴스나 가요 등을 내보내는 방송을 하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은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1962년 북한이 먼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한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도 지난 1963년 대북 확성기를 설치해 방송을 시작했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자 남북은 상호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러나 1980년대 남북 간 이념적 대결이 극심해지며 다시 방송이 재개됐다. 스피커 외에도 전광판도 설치되는 등 이때가 남북 간 심리전이 가장 규모 있게 진행됐던 시기다.
대북 확성기는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0년 들어 운용이 크게 축소됐다. 이후 2004년 남북 합의에 따라 모두 철수됐다.
그러나 지난 2015년 8월 북한이 군사분계선 우리 측 지역에 ‘목함지뢰’를 설치해 우리 장병이 부상을 입는 도발을 단행하자 당시 박근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해 확성기가 다시 설치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확성기를 향해 발포를 하는 등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목함지뢰 사건 후 긴급하게 이뤄진 남북회담에서 북측이 ‘사과’ 의사를 표하면서 확성기 방송은 다시 중단됐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 후 확성기 방송이 또 재개됐다.
이후 2018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확성기 방송이 다시 중단됐고, 확성기는 철수됐다.
북한은 과거 남북이 노골적인 심리전을 펼치던 시기 접경지 군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해 탈북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이후 대북 확성기에 대해 크게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1960~80년대에는 노골적으로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내용들이 확성기를 통해 방송됐다고 한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을 때는 우리 측에서 ‘소녀시대’나 ‘아이유’의 노래와 같은 대중가요를 많이 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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