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실 “北 또 도발땐 대북 확성기 재개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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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대북전단 살포도 허용할 수도”
국정원 “北무인기 용산 촬영 가능성”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 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도 허용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DMZ) 인근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감시 정찰 활동 재개도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또다시 영토 침범 같은 도발을 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일명 대북전단금지법) 해당 조항 처벌 근거도 사라진다는 법률적 검토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효력 정지의 실효성을 위해 9·19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를 규정한 과거 남북 합의 조항의 효력 정지가 가능한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지역 내 방송과 비방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2004년 6·4합의나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도 함께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과 이 부속합의서 격인 9·19합의 효력을 정지하면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진다”며 “9·19합의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효력 정지도 별도의 국회 절차 없이 대통령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의 영토 침범 재발 시 효력 정지 여부가 검토되는 부분은 9·19합의만 해당한다”며 “평양공동선언 전체에 대한 효력 정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영공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北 “격파” 위협한 확성기 재개 거론… 남북합의 무효화 검토 마쳐


2018년 판문점선언후 확성기 철수
정부, 대북전단 등 심리전 대응 준비
GP복구 등 군사행동 재개할수도
北 극렬 반발, 강대강 치달을 듯


軍, 北 무인기 침투 대응 태세 점검 소형 무인기 침투 대응 훈련이 실시된 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에 30mm 자주 대공포인 ‘비호’가 대기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상황을 가정해 육군의 방공무기와 
헬기의 대응 상태를 점검했다. 파주=뉴시스
軍, 北 무인기 침투 대응 태세 점검 소형 무인기 침투 대응 훈련이 실시된 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에 30mm 자주 대공포인 ‘비호’가 대기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상황을 가정해 육군의 방공무기와 헬기의 대응 상태를 점검했다. 파주=뉴시스
정부가 북한이 극렬 반발해온 심리전인 대북 확성기 재배치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은 지난해 말 소형 무인기의 영공 침범 등 도발 방식이 다변화되고 그 수위 또한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수준으로 높아진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한국 정부는 2018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뒤 발표한 판문점 선언 다음 달인 그해 5월 남북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대형 확성기 40여 대를 철거했다.
○ “도발 정도 따라 기존 전체 합의 무효 가능”
정부는 일단 북한이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다시 감행하면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중단시킨 뒤 후속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를 허용하기 위해 과거 남북 당국 간 체결된 여러 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북 도발 시 확성기 등을 비롯한 대표적 제재 수단들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력 정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은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한 기존 남북합의서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처벌이 면제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효력 정지’를 검토하는 과거 남북합의서에는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9·19합의뿐만 아니라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는 조항이 있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 2004년 6·4합의 등도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 걸쳐 산재한 합의들을 일괄 정리해 9·19합의 효력 정지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단을 명시한 이들 합의의 효력 일부를 정지하면 처벌 근거가 사라져 심리전을 재개할 길이 열린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적 대응 조치와 관련한 부분 외에 남북 간 교류협력 등 다른 조항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북한의 도발 정도가 강해 (정부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다고 하면 전체 합의도 무효화하는 건 이론상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9·19합의에 대해 “6개월이나 1년 등 기간을 정해 효력을 정지시키고 북한의 도발 행위가 중단되면 효력을 다시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北 도발 시 전방 포사격 재개”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하면 격파하겠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당시 박근혜 정부가 11년 만에 대북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고사포 등을 발사하며 도발했다.

한국군이 보유한 고정·이동식 확성기를 최전방경계부대(GOP) 일대 전선에 설치하면 방송 내용이 20여 km 떨어진 북한 지역까지 닿고 이 때문에 북한군 등이 동요해 북한은 체제 위협이 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북한의 ‘중대 도발’이 발생해 9·19합의 효력 정지 수순에 돌입할 경우 대북 심리전은 물론이고 9·19합의로 인해 금지된 여러 군사행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MDL 일대 정찰 강화, 전방 포사격 재개, 감시초소(GP) 복구 등 기존보다 대북 대응카드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북한#도발#대북 확성기#전방 포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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