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1월1일까진 北무인기 ‘용산 비행금지구역’ 항적 몰랐다”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빨간색 원) (국토교통부 드론 원스톱 민원서비스 캡처)

지난달 26일 서울 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 1대가 ‘용산 비행금지구역(P-73)에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군 당국의 평가가 나온 공식 시점이 이달 2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까진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항적을 아예 ‘식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무인기 도발이 발생하자 레이더전문평가단을 포함한 검열관 20여명을 동원, 이튿날부터 방공부대 등을 상대로 무인기 항적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식별되지 않았던 ‘미상 항적’ 1개가 발견됐고, 전비태세검열실장은 이 항적이 ‘P-73 북쪽 끝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보고를 받았다.

P-73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및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반경 약 3.7㎞(2해리) 상공에 각각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을 뜻한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달 1일 전비태세검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추가 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히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이어 2일 현장 재조사를 거쳐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P-73 북쪽 끝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 결과를 같은 날 오후 늦게 김 의장에게 보고했다.

합참은 3일 이 같은 평가 내용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고,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 의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도 사실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하면서 5일 오전 관련 사실을 공표했다고 한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설명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선을 그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1월1일까진 P-73 북쪽 일부를 지나간 미상 항적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듭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북한 무인기 항적 지도엔 해당 무인기가 P-73을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같은 이유로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분만 투자하면 누구나 북한의 P-73 침범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국회에 보고한 항적 지도는 작전·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그렸던 것”이라며 “(북한 무인기 항적을 다시 분석해보니) 당시 지도의 항적보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왔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북한 무인기 사건 대응과 관련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합참과 국방부, 육군 등에 확인한 결과 현재 자체 감찰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