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이 9일 방한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정부 관계자들과 한미 기업인 등을 만나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 공급망 관리 등 경제안보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우리 정부는 페르난데스 차관과 협의를 통해 3월경 발표될 IRA 세부규정(가이던스)에 핵심 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10일 오전 협의를 갖고 양국 경제현안을 전방위적으로 논의한다. 지난달 1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7차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이후 한 달 만에 열리는 이번 대면 회의에서는 공급망 생태계 강화, 핵심·신흥 기술 공동연구개발 협력 강화,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관련 조율 등 지난달 채택한 공동성명 후속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사는 IRA 관련 논의다. 일단 지난해 12월 29일 미 재무부는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 범위에 ‘리스(임대) 차량’을 포함시키기로 추가지침을 공개했다. 이에 우리로선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미국이 배터리 부품 및 광물 원산지 등에 대한 세부규정을 3월에 발표할 때 우리가 주로 광물을 들여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까지 포함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8일 KTV와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배터리 핵심 광물 보조금과 관련해 우리가 주로 광물을 가져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도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 제안을 설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IRA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건으로 광물의 40%(2023년 기준, 이후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미 재무부는 기업들에 배포한 백서에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절반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FTA 체결국산(産)으로 간주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교소식통 및 산업계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차관은 방한 중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업체 등 국내기업들과의 면담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미국이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주도한 핵심광물 다자 협력체 ‘핵심 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페르난데스 기업들로부터 이번 면담에서 공급망 관련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미국과의 협력사업을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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