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 도전을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계자들은 9일 앞서 연일 내놓은 나 전 의원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며 “나 전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 선을 넘어 신뢰가 무너졌다”고 맹비난했다. “당 대표 선거를 나가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공개 일정을 취소한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한 맞대응은 자제한 채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숙고를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10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특강을 하며 대통령실과 갈등이 불거진 6일 이후 4일 만에 첫 공식 석상에 서려 했지만 제주도당의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으로 무산됐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장기화는 부담인 만큼 나 전 의원이 이번 주 내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대통령실 “자기정치하려면 자진 사퇴하라”
6일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의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연일 나 전 의원을 성토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자기정치에 실망했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은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정식 회의가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는데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이 “부채 탕감 저출산 대책을 검토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 전 의원과 관련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침묵이 참모들에겐 ‘나 전 의원은 상종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촉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해촉이 자칫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대통령실 참모들은 “새빨간 거짓말”, “당 대표 선거에 나가려면 부위원장직을 관둬라” 등 일제히 나 전 의원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여권의 중량급 인사를 향한 맹공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나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법대 82학번 동기로, 부부 모두 법대 동문인 윤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 전 의원이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2019년을 기점으로 사이가 서먹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며 다시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중책에 걸맞게 일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 羅측 “퇴로 없으면 출마할 수밖에”
나 전 의원은 이날 공식 일정을 취소하며 사흘째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출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인사는 “친윤(친윤석열) 진영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 전 의원을 코너로 몰면서 오히려 출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한 측근도 “(전당대회 무대에서) 퇴장할 명분을 주지 않는다. 퇴로가 없으면 (경선에) 나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결국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이 연일 나 전 의원을 성토한 것은 당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현역 의원은 물론이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나 전 의원을 돕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여권의 내분과 관련해 야당은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옛날 ‘3김(金) 시대’에도 저렇게 안했다. ‘ 봬는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