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훈이 모든 상황 주도…일부 비서관 ‘미친 것 아냐’”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0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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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공소장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모든 상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에서 일하던 비서관이 피격 사실 비공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정황도 공소장에 들어갔다.

10일 뉴시스가 확보한 서 전 실장 공소장은 표지 포함 109쪽에 달했다. 공소장에는 2020년 9월22일 서해상에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실종 및 피격·소각 첩보가 들어온 시점부터 서 전 실장의 지시 상황 등이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담겼다.

기본 골조는 서 전 실장 주도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이 새어나가자 ‘월북몰이’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직후 열린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1차 회의)에서 ▲구조하지 못한 책임 회피 ▲같은 시기 있었던 대통령 UN화상연설에 대한 비판 방지 ▲대북화해정책에 대한 비판 대응 등을 위해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서 전 실장이 해당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에 관하여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이 사실이 일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

서 전 실장은 회의가 열린 날 오전 9시께 안보전략비서관, 사이버정보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등이 참석한 비서관 회의에서는 “남북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비서관들은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리에서 일부 비서관들이 “어차피 공개될 텐데 바로 피격 사실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서관은 회의 직후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냐”,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실장이 그러잖아.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 등의 발언을 했다고도 한다.

이런 지시는 비서관 등을 통해 각 부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회의가 열린 날 오후 10시50분께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 공개된다. 검찰은 이때부터 ‘월북몰이’가 시작됐다고 봤다.

서 전 실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씨의 자진 월북 여부 판단에 대해 결론을 정해주면서, 확인되지 않은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폐쇄회로(CC)TV 사각지점에서 신발이 발견된 점’이라는 내용을 자진 월북 판단의 근거로 포함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 전 실장이 해양경찰청에도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벗어놓고 실종’,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라는 내용을 발표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씨가 마치 자진 월북한 것처럼 조작하는 모든 상황을 (서 전 실장이) 주도하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서 전 실장을 이 사건 최종 결정권자로 판단하면서, 감사원에서 서면 조사 요청까지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배경설명 외에는 공소장에 따로 담지 않았다.

서 전 실장의 첫 재판은 오는 20일 열린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 참석 의무는 없다. 서 전 실장은 정식 공판이 시작되기 전 보석 심문부터 받게 된다. 법원은 오는 11일 서 전 실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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