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배치 가능성도 공개 언급
“우리 과학기술로 핵 가질수 있어… 당장은 美 핵우산 강화가 최선책”
대통령실 “핵무장, 원론적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만약 그렇게 되면 오랜 시간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은 한미 공조를 통한 미국의 핵우산 강화가 최선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술핵무기 배치와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한미가 공동 연습해 북핵 억지력을 높이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지만 이런 시도가 실패해 북핵 위협이 임계점을 돌파하면 자체 핵 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확장억제(핵우산)가 (북핵 억지에) 도저히 안 될 때 미국과 상의해 전술핵 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전술핵, 자체 핵무장 발언은 원론적인 내용이다. 방점은 확장억제(강화)에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한미 간에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그런 것을 검토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발언 맥락은 현실적 수단은 확장억제를 실효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고도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고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과 서울을 동시 핵타격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까지 대량 비축할 경우 기존 확장억제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결심만 하면 2∼3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 배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술핵 배치나 독자 핵무장은 한미가 공유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미국 행정부의 비확산 기조와 배치돼 당장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핵 비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를 강조하는 미 행정부는 한국의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에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한미 간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리처드 하스 회장 등 미국 조야 일각에선 북핵 억지에 실패할 경우 한국이 핵무장을 검토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