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복원에 물꼬를 텄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에 중국이 비자 보복에 나서며 양국 관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먼저 과학방역에 따른 조치를 했고 중국도 자국민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 감정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일부터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 항공편 추가 증편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는 입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 결과 제출 및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도 의무화했다. 최근 중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된 것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선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에 대해 “외교 문제도, 통상문제도 아니고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출입국 문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히며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 정부의 방역 조치 강화에 “중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10일부터 중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방문·상업무역·관광·의료 목적 등 포함) 발급을 중단했다. 나아가 11일에는 ‘경유 비자’ 면제와 ‘도착 비자’ 발급도 중단한다는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사전 예고 없는 일방적인 발표로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시 주석의 방한 또는 윤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중 정상이 머리를 맞댄 것은 무려 2년11개월 만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틀어진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응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한 시 주석은 역으로 윤 대통령의 방중을 제안하기도 했다. 양 정상이 방중, 방한에 대해 의견 차를 보이기는 했지만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뜻을 모았다는 것은 긍정적이었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최근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바 없다. 지금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 조금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비자 보복 조치 이전에도 한국과 중국의 사이에는 여러 갈등요소가 존재한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데, 시 주석은 지난 정상회담에서도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기조에 가담하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발표한 우리나라만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도 중국에 반가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인태전략에 중국과의 협력을 포함했지만 통상적으로 인태전략은 중국 견제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멤버로 참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 참여 논의를 이어가는 부분, 국내에서 벌어진 중국의 비밀경찰서 의혹 등 여러 민감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23년 대(對)중국 외교정책 방향과 관련해 ‘당당한 외교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는 11일 △고위급 교류 활성화 △경제·환경·문화 등 분야의 실질협력 △인적교류 확대를 통한 한중 양국 간 우호적 정서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2023년 주요 업무추진 계획’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