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의 반정부 활동이 방첩 당국에 포착된 가운데 여야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사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공수사권은 오는 2024년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국민의힘은 경찰에 국정원 수준의 대공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공수사권 이관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공수사권 이관까지 충분한 시간을 줬을 뿐 아니라 현 시점에서 간첩단 사건이 불거진 것 자체가 국정원의 수사권 부활을 위한 포석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회의에서 “간첩단 자주통일 민주전위의 활동이 제주뿐만 아니라 창원, 전주, 진주 등에서도 포착됐다”며 “북한의 지령을 받는 반국가 단체가 전국적으로 결성돼 있지 않을까 소름이 돋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국정원에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했다”며 “내년 1월이면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완전히 경찰로 이관되도록 해놨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이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의원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 들어 대남 적화 통일 업무가 늘어났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대공수사권을 강화하는 대신 국정원을 남북 대화의 창구로 전락시키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법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국정원법 개정이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 “경험 없는 경찰에 국정원 수준의 대공 수사 역량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무장해제된 우리의 대북 방첩 역량을 조속히 원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대공수사권 이관까지 “3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대공수사권 이관이 문제가 있다면 개정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뭐가 문제가 되는 건지 얘기를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면 선거를 다시 해야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대공수사권이 이관될 경우 수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여당으로 바뀐지도 이미 8개월이 됐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앞으로 1년 동안 잘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국회 논의를 거쳐 법이 통과됐다”며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고, 경찰도 자체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소위 간첩단 사건 등을 이 시점에 터뜨리는 이유가 국정원의 수사권을 부활시키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된 작업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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