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인권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북한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위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을 지내며 북한인권실태보고서 공개 등을 막은 장본인이라는 이유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 위원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외교부 업무보고 토론자로 나서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고 건설적 관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종북주사파들이 북한 인권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의 해당 발언이 뒤늦게 알려진 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의 발언은 북한 인권에 대한 기만이나 다름 없다”며 단체 행동도 검토하고 있다. 정작 이 위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북한인권실태보고서 공개, 하나원 탈북자 대상 인권실태조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센터장으로 임명된 이 위원은 북한인권실태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99년부터 21년간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던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하나원 출입과 조사를 중단시킨 게 대표적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 위원이 당시 조사위원도 15명에서 3명으로 대폭 줄이고 심층질문 대상자 수와 문항 수를 줄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후 NKDB 쪽에서 인권실태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조건을 거부하자 아예 사업을 막았다고 한다.
이 위원은 당초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공개 발간하기로 돼 있던 실태보고서를 비공개로 발간해 2019년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윤여상 NKDB소장은 “북한인권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업무보고에 섰다는 건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우롱이고 대통령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도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문재인 정부에서 방탄막이 역할을 했던 부적격 인사가 어떻게 추천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 전 외교부 내에서도 이 위원이 토론자 명단에 오른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기류가 감지됐다고 한다. 당초 각 분야별로 대외직명대사들이 현황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나경원 전 기후환경대사의 업무보고 참석이 어려워지자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대신 이 위원이 추천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이 위원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까지 포함시키는) ‘탕평 인사’인가 싶어 의아했다”며 “전 정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입막음했던 사람을 참여시킨 건 세심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의 정치적인 공격”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은 “북한인권실태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최종결정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NKDB 측의 실태조사 방해 내지 축소 의혹주장에 대해서도 “NKDB 측의 용역사업은 통일부 북한인권과의 소관이었기 때문에 기록센터 차원에서 중단시킨 게 아니다”라며 “기록센터가 하나원 출입 허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사 탈북민 대상 모수가 줄었고 탈북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인권과와 조사방식 관련해 의견 충돌을 빚다가 사업이 중단된 것”이라며 “사업 중단은 기록센터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이 위원은 업무보고 토론자로 참석한 배경에 대해서 “외교부에서 북한 인권 국제협력 강화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해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또 “1996년부터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해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한 연구자로서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처럼 비춰져 유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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