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70여 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16일 “당리당략을 내려놓자”며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종배 조해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행 선거제도를 손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들은 매주 회의를 거쳐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제도 개혁의 큰 틀을 제시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의사 결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4월 내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정개특위의 의지와 달리 여야 속내가 엇갈리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위성정당’ 폐지 공감, 중대선거구제 이견
여야는 ‘꼼수 위성정당’을 탄생시킨 2020년 21대 총선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손질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방법을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의 폐해를 막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당론으로 내세운 반면 민주당은 제도를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여야는 당시 지역구 의석이 적을 수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출범시켰다. 이에 민주당의 경우 개별 의원들이 의석수의 50% 이상을 공천한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도 무조건 50% 이상 공천하도록 하는 안과 득표율이 높은 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선발하는 석패율제 등을 보완책으로 발의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는 여야는 물론 각 당내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개 지역구에서 1명을 뽑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한 지역구에서 2~6명을 선출하는 제도다. 영호남 지역 독식 체제를 극복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입성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역구 범위, 선출 의원 수를 두고서도 의견이 난립할뿐더러 득실을 고려한 각 당의 의견도 복잡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2등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정의당과 2등을 두고 다퉈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더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 선거구에서 각 당이 여러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또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시범 도입했지만 정당의 복수 공천이 허용되면서 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는 점, 선거구가 커져 선거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도 변수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지금 시작하되, 도입은 23대 총선부터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인구수가 적은 농촌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 권역별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확대도 쟁점
또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역별 비례제는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와 달리 서울과 수도권, 영호남 등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인을 결정하자는 것.
여기에 민주당 김영배 이탄희 의원 등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늘려 득표율과 후보자 당선 간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정의당 이은주 역시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지역구 240명, 비례대표 120명)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이처럼 선거제도 개편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은 내년 22대 총선 1년 전인 4월 10일까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앞서 신년기자간담회에서 “3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을 확정지어야 하니 정개특위는 선거법 개정 중심으로 복수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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