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7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 해임과 관련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하자 나 전 의원 측에서는 당황한 기류가 감지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대통령을 흔들고 당내 분란을 더 이상 야기하지 말라”며 나 전 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초선 성명서에 대해서도 “제가 그 내용을 아직 못 봤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나 전 의원 측에선 당황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순방에 나서는 만큼 국내 현안에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난감하다”고 재차 말했다. 그는 나 전 의원 입장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고, 측근들끼리 논의한 바도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김대기 비서실장 명의로 된 언론 공지를 통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입장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지 6시간여,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서 가고 있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확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2시간여 만에 나왔다.
이는 지난 13일 해임 조치에 이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해임한 과정을 (나 전 의원)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마치 대통령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참모들이 보고를 잘못해서 자신을 해임한 것처럼 주장하나”라며 “사실과 다른 것은 분명히 이야기 해야한다”고 했다.
이로써 나 전 의원의 출마·불출마 기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찾은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방문하는 등 윤심(尹心·대통령 의중)에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이 연일 공개 비판하는 상황이어서 윤심을 받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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