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이날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지 6시간여 만에 대통령실 2인자인 김 실장이 나서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반박한 것.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해임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며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3일 윤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일부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의 탓으로 돌리며 당 대표 출마 의지를 재차 내비친 것.
이런 나 전 의원의 주장에 김 실장은 이날 오후 3시 25분경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다.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또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 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직격했다.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대통령실 총책임자인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여권 내부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자 친윤 진영에서는 “나 전 의원에게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은 없다는 확인”이라는 분위기다. 김 실장의 입장문이 나온 뒤 여당 초선 의원 48명은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 행위”라며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국민의힘 초선 63명 중 76%가량이 참여한 것.
이날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대구 동화사를 방문하며 ‘윤심 호소’ 행보를 이어갔던 나 전 의원은 김 실장의 반응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나 전 의원 측은 김 실장 입장문과 초선 성명서에 대해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 깊숙이 숙고하며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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