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순방]
첫 공동 진출 본격 추진 합의, 韓 원전기술에 UAE 자금력 더해
소형모듈원자로-핵융합 기술 등 UAE에 韓기업 추가 진출 기대도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제3국 원전 사업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첫 진출 추진 대상은 한국이 2018년 수주에 실패했던 사업비 22조 원 규모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시공을 맡고 UAE가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을 매개로 원전 협력 범위를 확대해 사실상 ‘원전 동맹’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한-UAE 공동성명’에 “UAE 또는 제3국에서 추가 원전 사업 등을 공동 추진해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명기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 수주 실패 英 무어사이드 원전 재도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양국이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대상은 영국”이라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UAE원자력공사(ENEC) 간에 제3국 진출에 대한 협약이 맺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과 UAE가 제3국 원전 공동 진출 협력의 첫 대상으로 영국을 꼽은 건 양국 원전 파트너십의 장점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진 원전 건설 기술력에 영국과 신뢰 관계가 깊은 UAE의 자금력이 더해져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정부와 한전에 따르면 UAE와 한전은 원전 사업 참여에 양측 모두 관심이 있음을 확인하고 실무진 차원에서 접촉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2017년 12월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정부는 원전 건설자금 전액을 한전이 마련하고, 추후 운영권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통상 원전 건설의 경우 발주처가 건설 비용을 대고 한전 등 원전 기업이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발주 당시 사전에 확정된 자금 계획을 요구했고, 이에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한전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가 됐던 자금 조달을 UAE가 맡아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영국은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원전 건설 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영국과 친밀한 UAE가 자금을 지원하고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협력 구조라면 원전 수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韓, UAE에 차세대 원전 수출 기대
여기에 한전 등이 UAE에서 추가 원전 건설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UAE가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ENEC 사장은 이번 순방에 동행한 대통령실 인사에게 “한전에서 좋은 제안을 하면 (추가 건설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순방 성과를 토대로 UAE 내 SMR 구축, 핵융합 기술 개발 등에 우리 기업이 추가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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