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최대 갈등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한일 당국 간 협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우리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한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는 ‘내달 20일쯤’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최종안을 내놓는다는 1차 목표 아래 일본 측과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국회의원도 이 같은 한일 간 협의사항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2월20일’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 발표 시점으로 거론되는 건 2월 말 이후 우리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기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들이 연이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장 2월22일엔 일본 시마네(島根)현 주관으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가 열리고, 3월엔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공개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과 한일 간 과거사 왜곡 등의 시비가 매년 반복되는 시기다.
또 4월엔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 불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봄 제사가 예정돼 있어 일본 정치인·각료들의 집단참배가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기가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재차 추진하고 있는 점 등 또한 국내 대일(對日) 여론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내 정치일정도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주요 7개국(G7) 순방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후반대로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선 집권 자민당이 올 4월 치러지는 통일지방선거 결과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기시다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5월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소식통은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가 워낙 ‘난제’인 만큼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6월 이후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우리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그간 검토해 온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의 ‘얼개’를 공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우선 변제해주는 게 정부 검토안의 핵심이다. 배상금 재원은 기업 등 민간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피해자 측에선 일본 전범기업의 재원 마련 참여 및 일본 측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한일 당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협의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호응이 담보돼야 최종안 발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은 우리 외교부의 ‘검토안’과 관련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뒤 일본 기업의 변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담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른바 ‘구상권’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윤덕민 주일본대사는 18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 사이에 화해가 이뤄지면 지속 가능한 해결이 되지 않겠느냐”며 일본 기업의 자발적 사과나 재단에 대한 자발적 기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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