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25일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극심한 내분을 낳았던 ‘이준석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자신의 도전으로 또다시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비윤석열)’의 구도가 펼쳐질 조짐을 보이자 결국 포기했다는 것이다.
당초 출마 의지를 불태웠던 나 전 의원이 정반대의 선택을 한 건 친윤 진영의 전방위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13일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내자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나 전 의원의 반응에 17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서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같은 날 여당 초선 의원 50명도 연판장을 통해 나 전 의원 성토에 가세했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 김 실장에 이어 초선까지 참여한 친윤 진영의 3연타에 나 전 의원이 결국 무릎 꿇은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반윤석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친윤의 대대적인 공세에 비윤 프레임이 덧씌워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개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의 유일한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번 출마 시도로 2002년 정치 입문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친윤 진영 역시 당초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설득하며 “5선에 성공해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회견 뒤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자신을 도왔던 20여 명 인사들과 2시간가량 오찬을 하며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김기현, 안철수 의원 중 누구 손을 잡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데 대해 나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향후 행보와 관련해 “거래하는 정치는 싫다. 당분간 많은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 뒤 자택에서 그간 도움을 줬던 인사들에게 전화해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날은 나 전 의원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나 전 의원을 향해 “자기 정치”라며 맹폭했던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끝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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