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양강(兩强)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서로 ‘여론조사 1위’를 주장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대세 주자에게 편승하는 ‘밴드웨건’ 효과를 노린 것.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전국 유권자의 1.9% 가량인 국민의힘 선거인단 84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당심’은 여론조사와 다를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金 다자구도-安 양자구도 1위 주장
김 의원은 26일 KBS라디오에서 최근 일부 여론조사들을 거론하며 “서울에서 제가 8~10%포인트 이상 안 의원보다 더 많이 나온다”며 “데이터가 명확하게 증명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대변 못 하는 영남권 후보’라는 안 의원의 공세에 여론조사를 들어 반박한 것. 김 의원은 설날인 22일에도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3개 모두 1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안 의원도 22일 당 의원들에게 ‘안철수 결선투표 1위’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여론조사 기사를 첨부해 보내며 유세에 나섰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이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다자구도에선 김 의원이 1위, 양자구도에선 안 의원이 1위를 기록한 것들이 다. 예를 들어 김 의원이 ‘서울에서 안 의원에 10%포인트 앞선다’고 주장한 여론조사는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그룹이 14~16일 뉴시스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397명을 대상으로 다자구도를 상정한 것으로, 김 의원이 35.5%, 나경원 전 의원이 21.6%, 안 의원이 19.9%를 기록했다.
반면 안 의원이 1위라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22~23일 YTN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을 대상으로 양자구도를 상정해 조사한 것으로, 안 의원이 49.8%, 김 의원이 39.4%였다. 또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18~19일 MBC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389명을 대상으로 양자 구도를 상정해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43.8%로 김 의원(37.6%)을 앞섰다는 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전당대회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발표된 조사들이 전당대회의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 아니라 단순히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데다, 표본 역시 수백 명 수준이라 적확한 당심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실제 지지층인지도 불명확하다. 김 의원 조차 이날 “지금 여론조사가 나오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해서 다 책임당원이 아니기에 책임당원들의 정서는 현장에서 더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투표율과 유입당원 표심이 변수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힘 선거인단은 책임당원 79만여 명을 포함해 84만여명으로,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기준 전국 유권자(4419만7692명)의 1.9% 남짓이다. 한 여권 인사는 “각종 여론조사의 응답률 등을 보면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국 유권자 대비 당원 비율에 비해 너무 많다”며 “투표권을 가진 당원들만 특정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현 판세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투표와 관련해 최근 2년간 급증한 당원 표심의 향배가 양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진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이, 투표율이 높으면 중도 성향의 안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6월 이준석 전 대표가 ‘30대 0선 당 대표’ 바람을 타고 당선됐던 전당대회에선 선거인단 32만 8532명 중 45.4%가 투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의 양자 대결 구도가 이어진다면 이번 투표율은 30~40%선이 될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유력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출마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으로 유입된 53만 책임당원의 표심도 관심사다. 국민의힘에 3개월 이상 매달 당비를 낸 책임당원은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27만여 명에서 올해 들어 80여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에 유입된 53만 책임당원의 표심을 두고 여권 관계자는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기 위해 유입된 표와 이 전 대표를 보고 들어온 표가 대부분”이라며 “이들 표심 중 어느 쪽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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