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한국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에 대해 일종의 불안감(anxiety)이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을 더 안심시키기(reassure) 위해 한미가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주최한 ‘포럼 W’에 참석해 “한국 내에서 핵과 관련된 여러 논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미국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미국)는 가용한 모든 재원과 자원들을 활용해 확장억제 약속을 현실화하겠다는 데 있어서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은 최근 발표된 국민 10명 중 7명이 자체 핵무장 내지 핵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즉 핵우산 제공 확대만으로는 부족한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하는 국민들이 늘면서 한국의 독자적 핵 무장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여론을 염두에 둔 듯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국내 확장억제에 대한 불신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기회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방위공약은 철통같고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며 “여기엔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 군사능력이 포함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 간의 논의가 핵보유, 전술핵 재배치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자 “핵억지력 논의라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것에 대한 것이지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가정하는 상황, 미래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하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 기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는 “전기자동차 세제 혜택 등과 관련해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는지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은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기업들에 의지하고 있다”며 “프렌드쇼어링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강제징용 해법 등 양국 관계개선에서 미국의 역할을 묻자, “한일관계 발전은 한미일 3국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면서도 “한일 문제는 당사국에 맡기는 것으로 현재 논의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직접적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