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
“국무총리 시절,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식당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수행과장을 가리켜 ‘이 친구도 고향이 전주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NY를 수행하는 과장과 식당 주인의 고향 모두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수행과장은 종일 이 얘기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소소한 일화이지만, 무심한 듯했던 직장 상사가 불쑥 던진 자신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게 되면 거기서 오는 감동은 꽤 큰 모양입니다.” -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양재원 지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실에서 오래 근무한 그의 측근인 양재원 전북도 디지털소통팀장은 2020년 1월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일본어인 ‘츤데레’(ツンデレ)라는 표현을 썼다. 츤데레는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에 ‘훈장님’, ‘엄중 낙연’ 등 별칭 붙어
“자네,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나? 대학은 어디 나왔나? OO대 출신 맞나?”
기자 시절 이 전 대표는 후배들이 쓴 기사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당신이 고등학교, 대학이라도 마쳤으면 기사를 이렇게 쓸 수가 있냐’는 질책이었다고 한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혹자는 모멸감을 느꼈다.
이 전 대표의 밑에 있던 기자 후배들은 그의 꼼꼼함과 치밀함에 ‘학을 뗐다’고 한다. 기자 시절부터 원고지 200자 5장의 기사를 쓰면 1000자를 딱 맞출 정도로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었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지낸 그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이 팀은 우승한 날 밤에 모여 그 다음 시즌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그는 넥타이도 전날 밤에 고른다고 하지 않은가.
특히 글에 대해 엄격했다. 의원 시절, 작은 지역 언론사의 창간기념일 축사 초안을 보좌진이 써서 이 전 대표에게 가져갔다. 보좌진이 쓴 ‘지역 최고의 언론사’라는 표현을 본 그는 “이 언론사가 최고의 언론사면 자네 얼굴이 장동건 닮았다는 것과 같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려는 노력이 게으르니 허위의 과장된 표현이라는 쉬운 방법으로 상대를 축하하려 든다는 취지로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혼낼 때는 복도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호통을 치며 보좌진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옛 보좌진은 “중저음에 목소리가 커서 호랑이굴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소리에서 오는 공포감이 크고 머리가 새하얘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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