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상 특별검사법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려면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18명 중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10명 뿐. 아무리 ‘거야’ 민주당이라 해도 비교섭단체인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의 동의 없이는 패스트트랙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캐스팅보터’인 조 의원이 3일 “김건희 특검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기사 횟수 줄이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김건희 특검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전형적인 기술”이라며 “당대표 한 명 지키겠다는 행위가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을 볼모로 잡았다”고 적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추석 전에도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추진했었다. 그때도 추석 밥상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혼자 올라가는 게 부담이 돼서 ‘물타기’ 하는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개헌, 선거법 개정 문제도 있고 민생 현안도 너무 많이 쌓여있다. 2월 임시국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민생 국회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김건희 특검으로 다 타버려 재가 될 것 같다.
애초에 김건희 특검은 현실성이 없다. 대통령 거부권도 있고, 우리 국회 역사상 한 번도 양 진영간 합의 없이 특검을 추진해 본 적이 없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김 여사에 대해 이미 1년 반 정도 수사를 하지 않았나. 해볼 만큼 했는데 기소 하나 안 된 것이다. 민주당은 추가적인 의혹이 밝혀졌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검찰 조사 결과를 좀 지켜보면서 추이를 볼 일이 아닌가. 법사위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을 불러 ‘추가 의혹에 대해 왜 수사를 안 하냐’고 따지는 건 백 번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특검이라는 극단의 수단으로 밀어붙이는 건 이슈를 이슈로 덮고 싶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김건희 특검에 반대했다가 소위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문자 폭탄’이 하루 700~800개씩 쏟아졌다. 휴대전화를 비행모드로 해놓고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밤사이 쌓인 문자메시지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칭찬과 응원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반발이 있겠지만 언제든지 그 분들과도 논쟁하고 토론할 수 있다. 무엇이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한 정치인지 국민들이 속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접촉해오지 않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의원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온다. 받아보면 대체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만나서 말하자’고 말씀하신다. 오시겠다고 하면 다 만나보려고 한다. 다만 서로의 논리와 주장들을 존중하면서 건전한 논쟁을 했음 좋겠다. 법사위 회의에서처럼 발언 시간 두고 서로 윽박지르고 이런 짓은 하지 말고.”
―여야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는데 거대 양당에 하고 싶은 말은?
“언어가 너무 거칠고 날카롭다. 김 의장이 말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이루려면 어마어마한 토론과 타협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은 온도가 너무 뜨거워 가능할까 걱정이 된다. 극렬 지지층은 전체 국민 4000만 명에 비하면 한 줌이다.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정치를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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