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장관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추진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개최한 뒤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번 방미의 가장 큰 목적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성공적으로 출범하는 것이다. 미측과 향후 70주년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이르면 3~4월 포함해 상반기에 최고 예우인 국빈방문을 하는 것을 목표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의 언급은 구체적인 방문 시점과 형식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특파원들과 만나 “역사적인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과 함께 성공적인 정상외교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어느 시점에선 발표를 하게 되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질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와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항은 백악관에 문의하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본토를 비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미정상회담 개최 논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고위당국자는 “달라진 것은 없다. 한미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미국에 도착한 박 장관은 뉴욕과 워싱턴DC를 잇달아 방문해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을 비롯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의회 주요 인사 등과 두루 면담했다.
박 장관은 우선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을 만나 역대 최상의 상태에 있는 (한미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실 있게 격상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양측은 올해 한미동맹이 행동하는 동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미래를 위한 동맹이 돼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특히 “한미 양국간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양국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한편, 북한의 불법적 자금흐름을 차단하고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중국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확장억제, 공급망,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현안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고,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나가기로 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세일즈 및 경제 외교를 강조한 것을 거론, “우리 기업과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세일즈 외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외교장관 회담은 물론 가능한 계기마다 미 재무부에 IRA 잠정 하위규정에 우리 업계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며 “IRA 자체를 당장 개정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미 의회를 대상으로 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맹의 미래인 젊은 세대의 공동 번영을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퀀텀, 우주 등 핵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한미 과학기술협정 개정 및 연장 의정서에 서명을 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확대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박 장관은 미 상·하원 지도부와의 면담에 대해선 “한미 동맹에 대한 미 의회 차원의 초당적인 지지를 더욱 굳건히 해나갈 것을 당부했다”면서 “IRA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 전문직 비자 쿼터 등 한미 관계의 주요한 법안들을 새로운 회기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과 관련,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유엔에 대해 지속적인 기여와 선도적인 역할을 계속해 줄 것을 당부했고, 이를 위해 UN사무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만약 이뤄진다면 이것은 국제정세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달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고 소개하면서 “북한의 전례없는 수준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조속히 단합해 북한의 반복적인 결의 위반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개최한 안보리 이사국 초청 간담회엔 중국과 러시아측도 참석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측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대화와 외교를 강조했다고 한다.
고위당국자는 “우리도 대화와 외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늘 얘기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우선 도발을 억제하고, 핵개발을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설득하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를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계속해서 이런 도발을 하지 않도록 UN 안보리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고위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논의했느냐는 물음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지원국 중 하나”라며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리가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조속한 평화 회복을 위해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측과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상황을 우리가 예의주시하면서 가능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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