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성안’을 위해 조만간 장·차관급 협의를 잇달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이달 중순 제3국에서 개최되는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대면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자회의’는 현재 일정·장소 등에 대한 참가국들 간의 세부 조율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각국 차원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 차관과 모리 차관은 작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을 계기로도 양자 회담에 임했다. 당시 한일외교차관회담에서도 최중요 의제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이었다.
한일 외교당국은 지난달 우리 외교부의 이른바 ‘제3자 변제’안(案) 제시 이후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2차례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등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논의에 속도를 내왔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한일 양국이 조만간 차관 및 장관회담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은 한일 양국 기업 등이 충당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해둔 상태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선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셈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그간 피해자 측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 참여’를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온 점을 감안, 일본 측에도 이 같은 피해자 측 입장을 알리고 그에 호응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사과’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 측이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반성을 언급한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에서도 유지·계승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상당 부분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 기업, 특히 피고 기업들이 배상금 재원 조성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를 두곤 일본 측이 여전히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일 국장급 협의 뒤 “결국 핵심 쟁점은 고위급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일외교차관회담 뒤엔 이달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한일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MSC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1일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SC 계기 한일외교장관회담 가능성에 대에 “아직 누가 참석할지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만약 일본 외무상이 참석한다면 자연스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한일 외교차관·장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정상회담 개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단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우리 외교부는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상대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및 그 유족을 직접 만나 그동안의 한일 간 협의 내용을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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