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李장관 탄핵, 부끄러운 의정사로 남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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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안 가결]
“巨野 폭거, 사실상 대선불복” 격앙
행안부, 한창섭 차관 직대 체제로

대통령실은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3분 뒤인 오후 3시 47분경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의 포기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제된 공식 언급과 달리 대통령실 내부에선 “사사건건 입법 발목을 잡는 데 더해 뚜렷한 이유 없이 국무위원 탄핵에 나선 것은 거대 야당의 폭거이자 사실상의 ‘대선 불복’, ‘의회 독재’”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기 위해 뚜렷한 이유 없이 국무위원 탄핵에 나서면서 ‘공당 전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야당의 노선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상황을 집무실에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거대 여당이 힘을 앞세워 탄핵안을 가결시켰지만 그 과정 자체는 현행 법률에 따라 이뤄진 만큼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며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낭독한 입장문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장관의 직무 집행이)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어 탄핵 요건이 안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면서 “(헌재 판단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에 마련된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순간을 지켜본 이 장관은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전 국회를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부조직법에 따라 한창섭 차관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했다.

이 장관의 직무정지에 따라 부처 장악력이 있고 야당의 공세에 밀리지 않을 검찰 출신의 ‘실세 차관’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1차관과 2차관(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국정공백이 없도록 안정되게 행안부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장관의 업무 공백 상태가 전날 윤 대통령이 공식화한 ‘노동·교육·연금+정부개혁’(3+1개혁)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직사회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둔 정부 개혁의 주관부처가 행안부인 데다 다른 3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안부가 각 부처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차관 직무대행으로는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상민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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