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목 잡힌 尹 ‘개혁 과제’…연금·정부 개혁 차질 불가피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11일 07시 54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박 블록 첫 출항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박 블록 첫 출항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노동·교육·연금·정부 4대 개혁(3+1)에 제동이 걸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부 개혁’에 적신호가 켜졌고, 여야가 모수개혁안 마련을 정부 몫으로 넘기면서 ‘연금 개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11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지난 8일 “지금은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장기적인 구조개혁안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개혁 논의를 주도해왔던 연금특위가 선(先) 구조개혁, 후(後) 모수개혁으로 궤도를 조정하면서 연금개혁 논의에 힘이 빠졌다. 정부는 오는 10월 연금개혁 종합운용계획을 확정한 방침인데, 국회의 모수개혁 논의 선을 그으면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내년 총선 표심을 고려해 연금개혁 논의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은 ‘정부 몫’으로 넘기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실무적 컨트롤타워로 연금개혁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가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연금개혁은 사실상 차기 총선 이후인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10일) “정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국회가 요청했으니 정부는 그 과정 속에서 작업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도 차일피일 늦추기보다는 본질적인 접근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노동, 교육, 연금, 정부 개혁까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결국 국회가 행정부를 뒷받침해야 가능하다”며 “국회가 도와주질 않으면 (개혁 과제 수행에) 속도감이 떨어지고,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탄핵 소추로 권한이 정지되면서,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선 작업이 지연되고, 정부혁신전략회의 등 개혁 관련 행사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행안부와 공동으로 준비하던 정부 혁신안도 보류됐다.

대통령실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총리실-행안부’ 협력 체제를 강화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한창섭 행안부 차관의 ‘직무대행체제’로는 정상적인 개혁 추진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예정된 정부혁신 행사도 장관이 없으면 예정대로 추진하기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차관 체제에선 강력한 추진력보다는 관리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2022.2.6/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2022.2.6/뉴스1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정부 4대 개혁에 강(强) 드라이브를 걸자마자, 국회 발(發) 돌발 변수로 일부 개혁 과제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혁 과제 추진과 관련해 “머릿속으로 계획할 단계는 지났다”며 “국민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타깃을 정해 역량을 집중,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실행해야 할 때”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다만 연금개혁의 경우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만큼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금개혁은 점진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가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라며 “연금특위가 오는 4월로 시한을 촉박하게 잡았다가 정상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정부 개혁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대행체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여야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연금개혁안 마련을 위한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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