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열린 국회 본회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검찰에 의한 정치적‧자의적 수사가 판을 치고, 대통령 자신과 가족만 예외가 되는 선택적 법과 원칙을 강요할 뿐”이라며 이 같이 말하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남용하고 있다”며 “대선 경쟁자였던 야당 대표는 물론이고 전 정부 인사들까지 모조리 수사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은 야당 수사, 정적 탄압에는 물불 가리지 않으면서 김건희 여사 앞에서만 작아지고 있다”며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새로운 증거가 쏟아져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대비해 내부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탈 방지를 위해 분위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체포동의안 정국’의 막이 올랐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2월 국회는 ‘방탄’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달 28일 검찰에 출석한 지 13일 만에 출석한 것으로 지난달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조사받은 것을 포함하면 모두 세 차례의 검찰 소환에 응했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국회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일단 민주당의 의석수를 계산하면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에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시킬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체포동의안은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 169명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등에서 30명 안팎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계파 중심의 조직적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비명계의 불안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12일 “이 대표는 공천은 현 당헌당규에 기반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며 ‘사천(私薦)은 없다’는 확고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6석을 확보하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3일 “영장실질심사에 가서 다투는 과정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거부하는 건 특권”이라며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자는 게 정의당 당론이자 이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은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론을 정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당론 등을 통해 표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가 있을 것”이라며 “마땅히 부결한다는 것이 당의 총의라고 생각하며, 의원들의 총의가 그런 것이라면 당론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은 14일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한다는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 잘못하면 내로남불이 된다”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우리 당이 계속 주장했고, 지난 대선 때도 공약으로 했던 것이다. 강제 당론은 헌법과 국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분위기에 대해 “아무래도 뒤숭숭하다. 당의 지지율을 제고하고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이 복잡하다”며 “가급적 언급은 꺼리려고 하는데 얘기하다 보면 조심스레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찬성을 넌지시 내비치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탈표의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탈표가 적지 않게 나올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기소를 통해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법정 공방이 지속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4일 “제일 중요한 것은 단합이고 원팀”이라며 “상대의 전략은 우리를 깨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은 대오를 유지하고 단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15일 “불법 증거가 하나라도 나온 게 있느냐. 대권 유력 후보를 지냈고 원내 1당의 현직 대표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느냐”며 “이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제거해서 국민과 갈라치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정략적 목적이 아니라면 억지스러운 체포와 구속까지 검토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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