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전대 개입’ 논란 더 번져
안철수 측 “당무 개입 안돼” 비판
천하람 “여당이 용산 출장소냐”
친윤 “형식 중요치 않아” 진화나서
국민의힘 3·8전당대회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 설정 문제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이 손잡고 안철수 후보 등을 견제한 데 이어 친윤 진영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명예 대표를 맡는 방안까지 제기됐다. 친윤 진영에서 강조해온 ‘당정 분리 재검토’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
그러나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 측은 “여당이 용산 출장소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후폭풍을 의식한 친윤 진영도 급하게 수습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 與 지도부서도 “비판 기능 상실” 우려
15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당의 명예 대표를 맡는 안을 두고 하루 종일 격론을 벌였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명예 대표와 관련해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기현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 진영이 연일 대통령실과 여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정 일체론’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명예 대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명예 대표 추대를 두고 다른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 후보 캠프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천 후보도 KBS 라디오에서 “(명예 대표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의 스펙트럼은 대통령보다 오히려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명예 대표론’ 관련 질문에 “(당정이)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친윤 진영도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친윤 진영이 나경원 전 의원과 안 후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이 명예 대표 문제로 더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런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당이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서 정책 기조를 함께하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와 행동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도 통화에서 “그런(명예 대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당정 분리론을 갖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전당대회 국면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친윤 패권주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친윤 진영이 진화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 몸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대통령실에도, 당에도 모두 부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도 “50대 이하 유권자, 당원들 사이에서는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나란히 30%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DJ 이후 ‘대통령 당직 겸임 불가’ 명문화
명예 대표 논란은 당정 관계와 직결된 문제다. 현직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임한 건 ‘3김(金) 시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대통령은 여당의 총재를 맡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1월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총재를 내려놓으면서 대통령의 당 대표 역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당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명예직 이외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역시 같은 내용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이후 대통령과 여당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여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당정청(현재는 당정대) 협의로 소통과 협력을 해 왔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이 여당에 깊숙이 개입하는 순간 정당의 자율성이 없어지고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통령과 당이 일체화되는 것은 민주주의 공고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도를 지나쳤다는 국민의 판단이 생겨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도 “시대적 흐름을 봤을 때 당정이 협력을 넘어 일체가 되면 공격을 받기 쉽고, 당 내부도 통합이 아닌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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