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6일 오전 인천교통공사노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 정의당은 15일부터 사실상 재창당을 선언하며 전국 순회에 나선 상황. 특히 지난 ‘조국 사태’ 이후 이어져 온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서 반드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의원수 6명의 소수 정당 입장에서 거대 양당 사이 홀로서기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 ‘홀로서기’ 선언했지만…
정의당은 최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등 주요 현안에 서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별도 행보를 선언하고 있다. 다만 매 결정적인 순간마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일례로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 정의당은 지난 11일에만 해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검에 앞서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것. 그러나 이틀 만인 13일 이정미 대표는 “검찰 수사를 2월 말까지 지켜보겠다”며 김 여사 특검법 발의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은미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적어도 2월 말 정도면 한 번 더 (특검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이틀만에 한발 물러서 특검 가능성에 여지를 둔 것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 대신 ‘대장동 50억 원 클럽’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14일 밝혔지만 발의 정족수인 10명을 채우지 못해 당일 발의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정의당은 소속 의원 6명에 더해 민주당 의원 3명(박용진 양기대 이용우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을 설득해 이틀 뒤인 16일에야 겨우 정족수를 채웠다.
정의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위해서도 민주당과 손을 잡은 상태다. 지난해 9월부터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입법을 위해 국회에서 농성을 이어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탓이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가까스로 통과한 법안도 민주당이 올린 수정안이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법안소위 통과 후 기자회견을 열고 “물론 이번 (민주당) 대안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 총선 앞두고 ‘조국 사태’ 반복 우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나선 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두고 민주당과 공조한 것이 결국 총선 실패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 후 법안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정쟁에 가담해선 안 된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다”며 “민주당과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기는 하지만 독자적인 판단을 해 정의당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정의당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의당이 원하는 대로 교섭단체를 이루고 다당제를 실현하려면 결국 선거제 개혁이 필수적이다”라며 “대선거구제로 가든지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다수당과 뭔가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출신의 민주당 보좌진은 “소수 정당이 홀로서기를 하려면 정의당만의 의제를 띄우고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지 않느냐”며 “어차피 정의당의 관심사는 선거제 개편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수가 다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원내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초당적 정치모임’ 등이 발족한 지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선거제 개편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선 정의당이 특정 정당과 굳이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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