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상 범주 이상의 군사 행동’까지 거론하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연초에 다소 잠잠했던 무력도발을 조만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외무성은 1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전망적인 군사적 우세를 획득하려는 위험천만한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상 우리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한 무력도발을 시사했다.
외무성은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가 정당한 우려와 근거를 가지고 침략전쟁 준비로 간주하고 있는 저들의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일 ‘전략자산 전개 확대’에 합의한 한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반발하면서 ‘초강력 대응’을 예고했는데, 이번 담화에서는 한미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위협으로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올해 무력 도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해 ‘핵무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국방부문 계획을 밝히면서도 2월 중순인 이날까지도 아직 이렇다 할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한미는 제8차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오는 22일부터 미국 워싱턴 D.C. 소재 펜타곤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훈련이다. 아울러 3월에는 한국에서 실기동 훈련 중심의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이 즈음이 도발 재개 시점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북한이 도발에 나선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탄도미사일 발사 중심의 도발이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열병식(2월8일)에서 지난해 새로 개편·편성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대와 전술핵운용부대의 존재를 확인했는데 이들이 중심이 되어 올해 무력행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향해 “지금처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는 경우 항의로 정상적인 군사 활동 범주 외에 추가적인 행동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부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군사 행동이 아닌, 이를 넘어선 수위의 도발에 해당하는 제7차 핵실험과 관련된 언급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핵실험 준비를 완료하고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본격적인 도발 재개를 앞두고 ‘명분 쌓기’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비례 대응’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유엔 안보리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이중기준’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비난을 가했다.
외무성은 “올 들어 우리는 자체의 발전 계획 실현과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왔으며 정상적인 국방력 강화 일정 외에는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행동 조치도 자제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한미가 “올해 중에 20여 차례의 각종 합동군사연습들을 계획하고 그 규모와 범위를 역대 최대 규모의 야외기동전술훈련 수준에서 벌여놓으려 한다”라고 강변했다.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의도적으로 파괴한 ‘주범’은 한미인데 유엔이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논지의 비난이다.
이는 자신들이 상정한 동북아시아의 ‘신냉전’ 구도에서 한미일의 행보가 더 문제임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적·정치적 밀착은 합리적인 조치라는 주장을 펼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