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및 반부패수사3부는 오늘 피의자 AOO(전 성남시장)에 대하여 특경법위반(배임), 특가법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위반, 구 부패방지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16일 오전 9시 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제1야당 대표 신병 확보 절차에 나선 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천문학적 개발 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 가지도록 만든 지역 토착 비리”라며 “극히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도 오후 일정을 취소한 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맞섰습니다. 그는 “내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겠냐”, “인멸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있긴 하냐”, “수치스럽긴 했지만 오라면 오라는 대로 검찰 소환 요구에 조사도 성실하게 임했다”라고 반발했습니다.
●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
어쨌든 공은 던져졌고, 이제 국회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이 대표는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국회가 열려있는 동안에는 구금되거나 체포되지 않습니다. 동료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 결과에 따라 부결 시 구속영장은 곧장 기각되고, 가결 시엔 영장실질심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대표가 지난해 재·보궐 선거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때부터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용’”이란 비판이 나왔던 이유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를 발부하면 법무부는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로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합니다. 통상 2~3일이 걸리니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번 주 초면 국회로 넘어오게 됩니다. 여야는 24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27일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국회의원 299명(이 대표 제외 시 298명)이 참석한다고 하면 150명 이상 찬성해야 합니다.
정당별로 ‘표심’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선 115석의 국민의힘은 연일 “여야가 하나가 돼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식 있는 의원들의 상식적인 판단이 민주당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양금희 수석대변인)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시, 국민이 용서 안 할 것”(정진석 비대위원장)이라며 연일 ‘양심’과 ‘상식’을 키워드로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앞장서 부결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진짜 구속이라도 되면 동정 여론이 일 것이고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유도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여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라고 했습니다.)
6석의 정의당도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죠. 이은주 원내대표는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체포동의안에 있어선 당론을 정하고 말고가 없다. 19대 국회 이후 부패·비리 혐의 관련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엔 늘 찬성 표결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정의당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6명 전원이 찬성했습니다.
(다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이 민주당과 완벽하게 손절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최근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선언했지만, 정의당도 총선이라는 큰 파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일정 부분 ‘딜’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거죠.)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는 이 대표에게 아예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냥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거죠. 그는 SBS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은 군사정부 시절 야당 의원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지금 국회에선 말도 안 되는 막말해도 잡아가는 사람 없다. 불체포특권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체포동의안의 통과 가능성을 묻는 말엔 “될지 안 될지 간당간당한다”라고 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포함한 7명의 무소속 의원은 모두 민주당 출신입니다만, 이 중 양향자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복당 신청도 철회했죠. 이후 그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계륵’”(지난해 12월) “‘이재명 지키는 선거’로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까”(올해 2월) 등 줄곧 이 대표를 비판해왔습니다.
민주당으로선 긴장되는 숫자입니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에 양 의원까지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과 무소속 중 27표만 이탈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것이니까요.
민주당 표를 한 번 볼까요. ‘친명’을 자청하거나, 이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받은 의원은 76명 정도입니다. 확실한 부결표는 ‘76+알파’, 민주당 전체 169석의 절반 수준인 거죠. 반면 줄곧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표출해 온 확실한 ‘반명’(반이재명)계는 직접 세어보니 20명 선입니다. 여기에 ‘민주주의 4.0’ 등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에서 활동하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친문 및 친노, 친이낙연계 의원도 33명이죠.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역구에서만 활동하거나 침묵을 이어 온 ‘중립’ 의원은 약 40명입니다.
숫자상으로만 따지면 ‘비명’ 중 절반만 이탈해도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 지도부도 “이탈표가 최소 10여 개 나올 수 있다”라고 우려하는 배경이죠.
하지만 ‘이재명 체제에 반대’하는 것과, ‘이재명 구속에 동의’하는 것은 서로 다른 얘기입니다.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도 셈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이 대표와 ‘척’ 지기엔 남은 변수들이 많거든요.
●변수 ① 1년 남은 총선
가장 큰 변수는 내년 총선 공천입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총선 공천도 시스템 공천의 기본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도 공천에 대해 ‘사천(私薦)은 없다’라는 분명한 뜻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아직 총선까진 1년도 더 남았는데 갑자기 왜 벌써 공천 이야기를 꺼낸 걸까요?
한 비명계 의원은 “두 가지 목적이 있는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첫째, ‘공천 걱정은 말고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라’는 일종의 회유, 둘째,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는 겁니다.
최근 ‘친명’ 타이틀을 내건 비례대표 및 원외인사들이 ‘비명’ 현역 의원 지역구를 콕 찍어 공략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이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명 의원들에게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당내 분열 방지에 나선 겁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힌 것도 결국 이 연장선상이겠죠.
의원들로선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상당수가 공천 경선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권리당원이란 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조정훈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의 소위 극성 지지자들은 이탈표가 누군지 찾아낼 것이다. (이탈자) 명단이 (온라인상에서) 미친 듯이 돌 것”이라고도 했죠.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아예 ‘낙인’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16일 YTN 라디오에서 “조직적으로 사전에 모여 (이탈표 결집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10표 정도 겨우 나올 것”이라며 “이탈자들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텐데, 누가 총대를 메고 10명, 20명을 모으겠냐”고 했습니다. 이미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실들로 온갖 협박 문자가 날아든다고 합니다. 그만큼 의원들의 ‘소신투표’도 어려운 분위기일 겁니다.
●변수 ②원내대표 선거
두 번째 변수는 5월로 예정된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거입니다. 선거 시점이 이르면 3월 말~4월 초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최근 조금씩 경쟁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거론되는 후보군만 안규백(4선) 박광온 이원욱 윤관석 전해철 홍익표(3선) 김두관(재선) 등 10명 안팎입니다.
문제는 현재 당에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다 보니 확실한 계파도 없다는 겁니다. 의원들 간 표심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굳이 유일한, 최대 계파인 ‘친명’과 각 세울 필요가 있을까요.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더좋은미래’(더미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등 모임은 많지만, 의원들이 서로 겹치는 데다 영향력도 이전 같지 않아 표 결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명심’(이재명의 의중)이 밀어준 박홍근 원내대표가 승리했듯 이번에도 결국 이재명 손을 잡아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친명계 의원들이 ‘친문’인 홍익표 의원을 지지한다더라”는 말부터,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앙숙이 아니고 사실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시절부터 절친이었다”라는 이야기까지, 요즘 민주당 내에서 도는 온갖 말들의 공통점은 결국 ‘이 대표와 척 진 사람은 없다’라는 거네요.
한 친명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은 비명계 의원들에게 만나자고 요청해도 가능한 일정을 안 주더니 지금은 다들 우르르 된다고 한다”라며 “이재명 지지를 받는다고 연출하려는 것도 있는 것 같고, 검찰에 세 차례 출석한 뒤에도 별것 없는 분위기이니 뒤늦게라도 이 대표와 손잡으려는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변수 ③한동훈의 체포동의안 vs 이재명의 편지
이번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때처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관련 혐의와 증거 등을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할 예정입니다.
당시 한동훈 장관은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라며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라고 했죠. 한 강경파 의원은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한 장관을 찾아가 “너무 세게 가지 마세요, 걸려 넘어집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 분위기가 예상되시죠. 그날은 총 271명이 투표에 참여해 161명이 반대, 101명이 찬성해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에선 한 장관이 또 한 번 특유의 속사포 랩 같은 말투로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읊으면 오히려 국회의원들 간 ‘동료애’가 자극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내심 감지됩니다. 한 재선 의원은 “노 의원 때도 한 장관의 공격적 화법 때문에 여당도 예상보다 많은 부결표를 던졌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비명계인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너무 무도하다는 기류가 이미 강하다. 자연스레 부결로 갈 것”이라고 하더군요. 검찰에 대한 집단 반발감이 오히려 ‘국회의 단합’을 유도할 거란 겁니다.
반면 한 장관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확실한 증거를 생중계한다면 이미 사실상 ‘부결’로 기울어버린 분위기를 확 반전시킬 수 있겠죠.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16일 CBS라디오에서 “일단 체포동의안을 보고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상식에 따라서, 양심에 따라서 표결해야 한다”라며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하는 사람은 친명 쪽인 거고, 보고 난 뒤 정하겠다는 분들이 훨씬 많다”라고 했습니다.
한 장관의 체포동의안에 맞설 이 대표의 호소력도 변수입니다. 노 의원은 지난해 12월 표결에 앞서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눈물의 호소를 했죠. 그는 의원실마다 직접 돌린 편지에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검찰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제가 굴복해 뚫리면, 국회의원이면 누구든 제2, 제3의 의원들이 줄줄이 쓰나미처럼 엮일 것이 눈에 보듯 뻔하다”라고 썼습니다. 동료 의원들에게 ‘연대 의식’을 호소한 거죠. 편지 끝엔 “선배 동료 의원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라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이 대표도 전국 지역위원장에게 20쪽짜리 편지를 보내는 등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7일 투표장에서 의원들이 각각 ‘가’(可) 또는 ‘부’(否) 한 글자를 써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심리게임과 고차방정식 같은 복잡한 표 계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의 칼과 이재명의 방패 중 무엇이 더 강력할지 그날 본회의장에서 직접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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