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을 수 있단 관측이 미국의 관련 분야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현재로선 북한 ICBM의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어렵단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21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CBM을 만든 나라 가운데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가 없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16년에 재진입체의 지상 시험을 했다”며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가 의심된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이는 고각(高角) 발사 방식으로만 ICBM 시험발사를 해왔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쏴야지만 탄두부가 대기권 밖 정점에 다다른 뒤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과정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 여부를 확실히 검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완성도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제시해온 상황이다.
그러나 루이스 소장은 “고각 발사에서 ICBM 탄두부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면 정상 각도에선 성공할 확률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고각 발사와 정상 각도 발사를 비교했을 때때 온도차는 있겠지만 모두 탄두부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땐 상당한 압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북한도 ICBM ‘화성-15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서도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비행거리·고도 등) 신호자료들을 수신할 수 없다”며 “우린 만족한 기술과 능력을 보유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이 989㎞ 거리를 4015초(1시간6분55초)간 날면서 고도 5768.5㎞ 상공까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의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루이스 소장의 견해에 관한 질문에 “어제(20일) (합참에서) 설명한 것과 다른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합참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아직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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