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되, 이후 이재명 대표가 알아서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선 부결 후 사퇴’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무도한 구속영장에는 당이 단합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되,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에 주는 부담을 고려해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은 일단 부결시킨 뒤 (이후) 사퇴 결단을 요구하자는 당 내 그룹이 있다”고 했다. 그는 21일 의원총회에서 친이낙연계인 5선 중진 설훈 의원이 “부결 후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덧붙이며 “의원들끼리는 (대표직 사퇴 의미로) 해석하더라”고 전했다.
● 체포안 표결 결과, 李 리더십 향방 결정
민주당 내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다양한 시나리오가 이미 거론되는 중이다.
우선 체포동의안이 민주당에서 큰 이탈표 없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면 이 대표 체제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야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더 똘똘 뭉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비명계는 당내 입지 및 목소리가 지금보다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부결은 되더라도 예상보다 당 내 이탈표가 많을 경우, 이 대표 체제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현재 당 지도부는 10여 표 가량 이탈표를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 271명이 출석해 161명이 부결표를 던졌다”며 “이 대표가 노 의원보다 적게 부결표를 받으면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석수는 167석이다. 특히 “한 번은 부결시켜줬다”는 명분을 쌓은 비명계로선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의 사퇴를 본격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비명계 의원은 “‘방탄 논란’ 속에 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텐데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결국 이 대표 사퇴 압박이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의 ‘퇴진 방법론’도 거론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의원들은 이 대표를 지키겠다고 끝까지 손을 내밀고, 적절한 시점에 이 대표가 당을 놓아주는 시나리오가 가장 아름답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길’은 21일 만찬에서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80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버틸 경우 4~5월 경 치러질 당 원내대표 선거와 맞물려 당 내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 李 “당에선 생각 다른 사람 많아” 사퇴 거부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내 ‘부결 후 사퇴’ 여론이 나오는 데에 대해 “당이나 정치세계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 많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경을 넘어서 오랑캐가 불법적인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고 당의 단합을 재차 호소했다. 최근 이어진 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선 “큰 흐름 중에 일부의 출렁임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지금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중이라 여론조사를 하는데 열성 지지자가 전화를 많이 받지 않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만 45분간 이어간 뒤 질의응답까지 포함해 96분 동안 정부·여당에 대한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법치 탈을 쓴 사법사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해서 영장심사를 받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정부여당을 ‘강도’ ,‘깡패’에 빗대며 “강도와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되고 대문도 달아야 한다”고 거부 의사를 못 박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는 길에 이 대표를 겨냥해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했다. 그는 “여러가지 사법리스크를 일거에, 조기에 해소할 좋은 기회일텐데 마다하고 불체포특권 뒤에 숨으려는 이유를 국민들께서 궁금해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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