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부결됨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퇴진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나섰다. 당이 대형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지도부 충격…李, 비명계 만찬 취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친명계는 “이탈표는 거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당원과 지지자 의사와 다르게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정성호 의원), “무효표나 기권표는 전혀 없을 것”(김의겸 의원) 등 ‘압도적 부결’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친명이 아닌 의원들의 속내는 사뭇 달랐다. 중립 성향의 의원은 표결 전 통화에서 “일단 부결은 될 것”이라면서도 “기권이나 무효표가 예상보다 많다면 그건 이 대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엔 도와주겠지만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2차, 3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그때는 가결시키겠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것. 실제 이날 가결과 부결 모두 재적 의원(297명)의 절반을 넘지 못한 반면에 무효와 기권표는 합쳐서 20표였다. 비명계가 사실상의 집단행동에 성공한 것.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무효표 없이 기권만 9표였다”며 “그동안 공개적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던 비명계 의원들 외에 적지 않은 중립 성향 의원들도 기권 또는 무효표를 통해 이 대표에게 소극적 가결표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예상 외 결과에 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도부는 표결 직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도 이날 예정돼 있던 비명계 의원과의 만찬을 취소하는 등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대한 빨리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이르면 다음 주 중 이 대표가 기소되면 이 대표 퇴진론이 더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어쨌든 이번엔 부결을 시켜줬으니 이제 이 대표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당직자도 “추가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더 이상 부결을 호소할 명분도 없다”며 “이 대표가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면 ‘분당’이나 ‘탈당’ 등 극단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강경파 발끈…‘개딸’들 “수박 찾아내라”
당내 강경파 및 친명계 의원들도 표결 후 각자 페이스북 등에 분노 섞인 반응을 올리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 의원은 표결 후 비명계를 겨냥해 “이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썼다. 역시 ‘처럼회’ 멤버인 문정복 의원도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고 적었다. 임오경 대변인은 “어느 조직이든 100%의 의견 조율은 쉽지 않다”며 “당원동지 여러분 속상하신 만큼 화내십시오.오늘은 화 내시고 욕도 많이 하십시오”라고 썼다.
‘개딸’들도 표결 직후부터 당내 ‘이탈표 예상 명단’을 만들어 돌리며 ‘범인 찾기’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테러도 시작했다. 이들이 보낸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는 문자메지시에 한 비명계 의원은 “나는 부결표를 던졌다”고 답장을 보내는 등 밤까지 ‘색출 소동’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한 온라인 카페에는 “반동분자를 찾자”, “공천 살생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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