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1부 리그’ 격이 당 대표 선거라면, ‘2부 리그’는 최고위원 선거다. 언론의 관심은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가 극한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1부 리그에 집중되고 있지만, 2부 리그 역시 당 대표 선거 못지않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이른바 ‘천아용인’이라고 불리는 ‘이준석 사단’의 성적표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중 당 대표 선거에는 천 후보가, 최고위원 선거에는 허은아 김용태 후보, 그리고 청년최고위원 선거에는 이기인 후보가 참전했다. 친이준석계는 네 후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천아용인’이라는 명칭으로 공동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 “1인 2표+후보 난립, 최고위원 선거 예측 불허”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게 최고위원 선거 결과다.”
최근 만난 한 여권 인사는 전당대회를 둘러싼 혼전 양상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고위원 선거는 당 대표 선거와 달리 후보도 많고, 투표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네 명의 후보가 뛰어든 당 대표 선거는 약 84만 명의 당원이 한 표 씩을 행사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그러나 최고위원 선거는 다르다. 8명의 후보가 본경선을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는 당원 1인당 2표를 행사해 상위 득표자 4명을 추린다. 다만 당선자 4명 중 한 명은 여성 후보의 몫이다. 만약 상위 득표자 4명이 모두 남성일 경우 여성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는 남성 후보가 5명, 여성 후보가 3명이다.
여기에 청년최고위원 선거가 별도로 있다. 결국 전당대회 투표에 나서는 당원은 당 대표 선거 1표, 최고위원 선거 2표, 청년최고위원 선거 1표 등 총 4표를 행사하게 된다.
최고위원 선거가 혼전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1인 2표라는 제도 때문이다.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김병민 김재원 민영삼 조수진 태영호(가나다순) 후보는 범친윤(친윤석열)계로, 허은아 김용태 후보는 비윤(비윤석열)계로 꼽힌다. 정미경 후보는 스스로 친윤, 비윤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이라고 밝히고 있다.
친윤 진영은 4명의 최고위원을 모두 친윤 후보로 채우겠다는 목표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 녹록치가 않다는 점이다. 한 여당 의원은 “가까운 당원들에게 ‘친윤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어도 특정 후보 한 명, 한 명을 지정해 찍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이런 점을 노리고 2명의 최고위원 후보만 내보낸 것”이라고 했다. 친윤 후보 5명이 저마다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과 달리 이 전 대표 측은 “2표를 각각 허은아, 김용태 후보에게 찍어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 후보의 경우 전체 순위와 상관 없이 같은 여성인 조 후보와 정 후보만 제친다면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다.
최고위원 선거가 혼전이라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4명(국민의힘 지지자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민영삼(14.8%), 김재원(13.6%), 조수진(13.1%), 태영호(9.2%), 김병민(9.1%), 김용태(8.7%), 허은아(6.4%), 정미경(6.0%) 후보 순으로 집계됐다. 1위와 8위의 격차가 8.8%포인트인 상황에서 후보들 간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천아용인’ 성적에 따라 與 지도부도 요동 가능성
최고위원 선거가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이준석 사단’의 천 후보가 결선투표 진출 뒤 역전을 노리는 건, 단 한 명만을 뽑는 당 대표 선거에서 2위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천 후보가 2위를 차지한다 해도 “어려운 도전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정치적 평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향후 당 지도부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최고위원 선거는 다르다. 청년최고위원까지 더해 5명의 최고위원 당선자 중 비윤 진영 후보가 포진할 경우 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비윤 진영이 단 한 명의 최고위원도 배출하지 못한다면 비윤 진영 자체가 소멸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는 사무총장 등 당직자 임명, 국회의원 후보자 등 공직후보자 의결 등의 기능을 갖는다. 결국 친윤 진영이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까지 석권을 노리는 건 내년 총선 공천 과정 등에서 당 지도부 간 이견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비윤 진영은 최고위원을 배출해 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최고위에 담아 내겠다는 목표다. 여권 관계자는 “당원들의 성향에 따라 최고위원 투표를 친윤과 비윤 후보에게 각각 1장씩 하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최종 집계를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최고위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는 다음달 4일부터 5일까지 휴대전화 모바일 투표로 실시된다. 이어 모바일 미투표자를 대상으로 6일부터 7일까지 자동응답전화(ARS) 투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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